“100년전 용-호랑이 꿈 값은 1000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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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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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450∼600평 살수있는 돈정식 매매계약서 발견

용과 호랑이가 나온 꿈을 판다는 계약서. 융희 4년(1910년)에 작성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용과 호랑이가 나온 꿈을 판다는 계약서. 융희 4년(1910년)에 작성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절박하게 돈을 쓸 데가 있어, 음력 2월 23일 밤에 용과 호랑이를 본 좋은 꿈을 앞에 말한 사람에게 돈 1000냥을 받고 영영 매도한다. 뒤에 만약 잡담이 있으면 이 문서를 가지고 증거로 삼을 일이다.”

김유신의 누이동생이 언니에게서 꿈을 산 덕에 김춘추의 아내가 됐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온다. 옛날엔 실제로 꿈을 사고파는 일이 있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조선 말기에 사람들이 꿈을 사고판 정식 계약서의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이 문서는 융희 4년(1910년) 박해명이라는 사람이 경주 옥산의 회재 이언적 집안 사람에게 꿈을 팔면서 작성한 정식 계약서로 원본은 이씨 집안이 보관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융희 4년 4월 3일이라는 계약 날짜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까닭, 몽주(꿈주인) 이름뿐 아니라 매매 계약의 증인 및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의 이름까지 표기돼 있다. 꿈을 산 사람은 조선 중종 때의 문신인 이언적의 13세손 이병유(1861∼1922)로 추정된다. 그는 1907년 경주의 옥산초등학교 개교를 주도한 유지로 알려졌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김학수 국학자료조사실장은 “당시 돈 1000냥이면 대략 논을 3마지기(450∼600평) 정도 살 수 있는 큰 돈으로 추산된다. 이것은 상서로운 꿈에 대한 옛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료”라고 설명했다.

그는 “꿈을 사고판 풍속을 찾기 위해 다른 조선시대 문인들의 문집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며 “이 문서의 내용은 무형의 꿈을 물적 자산화해 매매 계약을 체결한 드문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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