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작가 흉내내기서 시작하는 온라인 글짓기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23시 07분


코멘트
한 사람이 베껴 쓰고, 다른 사람이 흉내 내고, 또 다른 사람이 모방하고…. 국내 대표적 글쓰게 카페 '글쓰기훈련소(cafe.naver.com/pointwriting)'에서 매일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이 카페는 올해 초부터 '365 글쓰기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까페 운영자가 매일 글쓰기 과제를 내면 회원들이 덧글을 달며 연습하는 방식이다. 9월20일 자로 200회를 돌파했다.

과제 내용은 베껴쓰기를 기본으로 하며 '첫 문장 쓰기' '소감 쓰기' '요약하기'와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글쓰기 연습을 하자는 취지다. 까페지기인 '황금지우개'는 카페와 같은 이름의 베스트셀러 글쓰기 책 '글쓰기훈련소'를 펴 낸 임정섭 북데일리 대표다. 책에서 제시한 글쓰기훈련을 실제로 매일 온라인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9월23일엔 '노벨상 글쓰기'가 글감으로 주어졌다. 노벨문학상을 탄 헤르타 뮐러가 쓴 글을 베껴 쓴 것이다. 그녀는 외롭고 가난했던 시절 '낱말놀이'를 하며 보냈던 것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난 잡지 속에서 흥미 있는 단어들을 가위로 오려내 책상 위에 진열해 놓고 그 낱말들을 사용해 문장을 만드는 버릇이 있었다. 각각 다른 잡지와 신문들에서 잘라낸 언어들은 활자의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달랐다…."

회원들은 이처럼 좋은 글 혹은 아이디어를 베껴쓰면서 작가의 꿈을 키울 수 있다. 21일자 '자기소개서 쓰기-지렁이박사'엔 서른여섯 명이 참가해 글쓰기 훈련을 했다. 첫 회 '엉뚱한 사진기자'는 무려 211개의 덧글이 달려있다.

과제는 많은 부분, 책이라는 샘에서 길어 올린다. 매일 수많은 책 속에서 글쓰기에 적합한 재료를 발굴해 상을 차리는 것이다.

글쓰기훈련 용으로 다룬 책만 해도 100여 권에 달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부터 박완서의 '못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까지 다양하다. 원고지 900매에서 1장 분량의 주옥같은 글을 뽑아내는 셈이다.

여기에 황금지우개가 고안한 '특별식'이 버무러진다. 6월29일자 '나는 마술사다'가 대표적이다. 이날 과제는 주인장이 아래처럼 '신발에 주문을 걸었 듯, 주변에 있는 무엇이든 주문을 걸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마술사다. 마법을 걸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바뀐다. 신발에 주문을 걸었다. 신발아 꽃을 피워다오. 그 순간 신발에서 무수한 풀이 돋아났다. 이어 풀 속에서 아주 작은 줄기가 나타나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줄기는 두꺼워지더니 어느새 나무로 변했다. 나무는 두 개, 네 개 , 여덟 개…무수한 가지로 뻗어나갔다. 가지마다 수많은 꽃망울이 맺혔다. 곧이어 꽃이 피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수많은 꽃잎이 온통 하늘을 가렸다…."

회원들은 나름대로 주문을 걸었다. 회원들은 '커피 잔'부터 '꽃', 자신의 '영혼'까지 주문을 걸고 글을 썼다. 특히 '등잔불'은 변기에 마술을 걸었다. 이어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밑에서 물고기들이 올라왔다. 파랑, 노랑, 은백색이다. 이어 식물이 가지를 뻗는다. 변기를 넘어 화장실 바닥을 덮는다. 벽을 타고 올라온다. 천정에 가득하다. 뿌리는 타일 틈새를 파고 들어간다. 비누가 풀려서 하나의 풍선이 된다. 물고기들이 그 속으로 들어간다…."

까페지기 '황금지우개'는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베껴 쓰기는 글의 구조를 익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인들이 따라 할 만한 마땅한 실용적 글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매일 흥미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