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北 붕괴 앞당길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0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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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전' 저자 귄 다이어 방한

2054년 유럽연합이 붕괴되고 '북부연합'이 형성된다. 2036년 인도와 파키스탄은 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핵전쟁을 벌인다. 2029년 미국은 남미 각국에서 올라온 대규모 '기후 난민'으로 몸살을 앓는다.

국제 안보 전문가이자 군사 지정학자인 귄 다이어가 저서 '기후전쟁'(김영사 펴냄. 원제 'Climate Wars')에서 내놓은 시나리오들이다.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 정치, 군사적 판도 변화를 내다본 이 책의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한 다이어는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몇 년 전 우연히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기후변화의 정치, 군사적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각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긴밀하게 수집한 군사, 안보 자료를 바탕으로 기후변화로 닥쳐올 미래를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제시하는데 이 사나리오들을 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기후변화의 광범위한 영향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가령 기온 상승은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 난민'을 양산하며 국제적 갈등을 일으킨다.

유럽연합은 남부 회원국에서 북부 회원국으로 대량 이주가 계속되자 2036년 붕괴되며 새롭게 형성된 '북부연합'은 난민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다.

미국은 중남미 각국에서 몰려오는 기후 난민을 피해 텍사스 리오그란데부터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지역까지 3000㎞에 걸쳐 국경 요새화 작업을 펼친다.

자원을 둘러싼 전쟁도 곳곳에서 일어나 자원이 묻힌 북극해를 두고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신 냉전 체제에 돌입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인구 증가와 물 고갈로 인해 핵전쟁까지 불사하게 된다.

한국어판에는 특별히 한국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도 추가됐다.

이에 따르면 2020년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부족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한국 역시 식량 공급 문제에 시달린다. 다만 적도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데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으로 우리나라의 온도 상승폭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다.

다이어는 "북한 정권은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지만 기후 변화는 붕괴시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북한의 식량 생산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식량을 수입할 능력도 없어 통일 후 남한 인구 5000만 명은 굶어죽다시피 하는 북한 주민 2500만 명을 먹여 살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어가 제시한 시나리오 가운데에는 긍정적인 것도 하나 있다.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성층권에 황산염을 올려 보내는 등 다양한 '지구공학' 수단을 동원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막으면서 재앙의 횟수와 규모가 서서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이어는 "모든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화석연료의 사용에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도 않고 결코 어렵지도 않다.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된다.

앞으로 20-30년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멈춰 탄소배출을 줄이면 파국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각국 정부의 결단에 지구의 앞날이 걸린 셈이기 때문에 다이어는 개인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적 참여'라고 강조한다.

"개인이 자전거를 사고, 자동차를 덜 타고, 고기를 안 먹는 것 정도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 이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정치적 차원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뿐입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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