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place]본격 외식테마파크 서울 쌍림동 CJ푸드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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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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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집 골목, 빌딩 안으로 들어오다

서울 중구 쌍림동 CJ푸드월드에는 맛과 웃음, 추억을 한데 모은 빵집과 면 전문점, 냉면집, 프레시마켓 등이 정겹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 CJ푸드빌 제공
서울 중구 쌍림동 CJ푸드월드에는 맛과 웃음, 추억을 한데 모은 빵집과 면 전문점, 냉면집, 프레시마켓 등이 정겹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 CJ푸드빌 제공
왁자지껄한 저녁. 비릿한 생선구이 냄새와 여기저기 대폿집에서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골목길은 맛과 웃음, 추억을 품은 장소다. 하지만 회색빛 마천루가 하늘로 치솟을 때마다 골목길은 사라져 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과 거리, 도시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 골목길에 숨어 있던 맛집이 그냥 식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골목길 맛집은 속도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에겐 도피처다. 마치 몹시 빠르게 내달리는 도시의 속도를 늦춰주는 든든한 과속방지턱인 양.

그렇게 골목길을 내모는 줄만 알았던 회색 빌딩이 골목을 안았다. 아니 골목에 있던 맛과 웃음, 추억을 품었다. 서울 중구 쌍림동 CJ푸드월드가 그곳이다.

건물 밖에는 실내농장 조성


5일 찾은 CJ푸드월드는 국내 대표적인 식품기업인 CJ가 새롭게 둥지를 튼 쌍림동 사옥 지상 1층과 지하 1층, 2개 층에 위치해 있다.

묵직한 유리문을 밀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유럽의 맛집 골목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명색이 대기업 사옥 1층인데 보안요원이나 묵직한 조형물이 안 보였다. 그 대신 ‘라뜰리에 뚜레쥬르’ 매대 위에 갓 구운 빵과 먹음직스러운 과자가 풍성히 놓여 있었다. 갓 볶아낸 ‘투썸 커피’의 원두 향은 콘크리트 건물 안에 있다는 느낌을 지웠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길 왼쪽에는 쿠킹 스튜디오 ‘백설 요리원’과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키즈 쿠킹센터가 있고, 건물 밖에는 실내농장 ‘CJ 더 팜’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1층보다 어두워졌다. 저녁 어스름이 내린 골목길로 들어서는 듯했다. 골목길 초입에는 CJ푸드빌의 대표적인 외식브랜드인 스테이크하우스 ‘빕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특급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 스테이크부터 미국 본토 못지않은 다양한 스테이크를 준비했다고 한다. 맞은편에는 비빔밥을 내세워 한식 세계화에 도전하고 있는 ‘비비고’가 미국의 테이크아웃 전문점 매대처럼 손님을 반긴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밥과 소스,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니 우리 식탁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한 비빔밥이 해외에서도 테이크아웃 음식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

58년 동안 쌓은 맛 좀 보실래요

CJ푸드월드 ‘비비고’의 대표 메뉴인 비빔밥(왼쪽)과 면 전문점 ‘제일제면소’
CJ푸드월드 ‘비비고’의 대표 메뉴인 비빔밥(왼쪽)과 면 전문점 ‘제일제면소’
제일제당의 이름을 딴 ‘제일화원’이라는 꽃집과 CJ제일제당에서 나오는 신선, 가공식품들이 모여 있는 프레시마켓을 지나면 CJ 임직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는 면 전문점 ‘제일제면소’가 나온다. 이름부터 참 빈티지하다. 우동면과 소면, 메밀, 쌀면 등 4가지 면을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요즘은 재래시장에서도 가게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어 파는 집을 보기 힘들다. CJ푸드월드의 ‘행복한 콩’은 전통방식 그대로 콩과 간수만을 사용해 두부를 만드는 곳. 충북 진천에 있는 두부공장에서 저온숙성으로 만든 신선한 두유가 매일 아침 이곳에 배달되고 받은 즉시 가열해 순두부를 만들고, 틀에 넣어 굳혀 모두부를 만든다고 한다.

막 기름에 튀겨낸 어묵집도 골목길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맛이다. ‘삼호어묵’은 100% 정통 수제 어묵 전문점이다. 도미살만 100% 넣어 손으로 빚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구운 어묵을 먹어볼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름을 쓰지 않는 설비를 들여왔다고 한다. 기름에 튀긴 어묵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담백한 맛이 일품. 저녁에는 일본식 사케 바처럼 운영되기 때문에 날이 추워져 따뜻한 어묵에 사케 한 잔이 생각나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질 듯.

고기와 냉면을 파는 ‘백설관’은 이름부터 참 정겹다. CJ제일제당이 개발한 고기양념장으로 맛을 내고 참숯에 직접 구운 불고기는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메뉴. 국내산 메밀을 사용해 반죽에서 제면까지 매장에서 직접 만든 냉면도 인기가 높다. 양지와 사태를 넣고 3시간 이상 우린 육수에 일주일간 숙성시킨 동치미를 넣어 육수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다고 한다. CJ푸드빌 이화선 과장은 “CJ푸드월드가 CJ 임직원뿐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과 직장인들에게도 맛집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도 외부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앞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래그십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목길 맛집 순례를 마치고 빌딩 밖으로 향하는 묵직한 유리 회전문을 밀었다. 도로 위를 빠르게 내달리는 자동차와 버스들, 텁텁한 매연, 오토바이 경적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추억 여행은 끝났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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