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스의 담요’에서 보컬을 맡은 연진(왼쪽)은 예민하고 꼼꼼한 반면 기타리스트 상준은 털털하고 화끈하다. 상반된 성격의 두 사람은 ‘밝고 귀엽고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이제껏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라이너스의 담요 제공
꼭 10년 만이다.
2001년 “우리도 밴드 한번 해보자”며 호기롭게 뭉쳤던 대학생들은 이제 생활비의 100원
단위까지 꼼꼼히 따지는 사회인이 됐다. 2인조 혼성 팝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의 보컬 연진(30)과 기타리스트 이상준(31)은 갓
나온 정규 1집 앨범 ‘쇼 미 러브’를 받아 들고는 “드디어…”라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게임계에
‘듀크 뉴켐 포에버’가 있다면 인디 음악계엔 ‘라이너스의 담요’가 있다고 팬들이 말하시더군요. 우리도 겉으론 느긋했지만 속으론
안달했어요.” 밴드 결성 후 정규 앨범을 내놓지 못했던 라이너스의 담요를, 후속 버전 제작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지 15년 만에야
시장에 나온 비디오게임에 비유한 얘기였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2001년 당시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1학년생이던 연진을
포함해 5인조 밴드로 시작됐다. 헤비메탈을 즐겨 듣던 이들은 미국 만화 ‘피너츠’에서 어릴 적부터 쓰던 담요를 들고 다니는
꼬맹이 캐릭터 라이너스를 보고 밴드 이름을 지었다.
2003년 ‘피크닉’을 담은 미니앨범 ‘시메스터’를, 2005년
두 번째 미니앨범 ‘레이버 인 베인’을 내놓으며 주목받던 담요들 사이에서 정규 앨범 얘기가 나온 건 팀 해체를 놓고 고민하던
2007년이다.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멤버들은 결국 연진과 상준만 남아 밴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래도 밴드인데
정규 앨범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낮엔 생업에 매달리고 밤에 음악 활동을 하는 ‘주경야음(晝耕夜音)’
생활은 고달팠다. 연진은 중학생 영어 과외를 4, 5개씩 하고 상준은 제약회사에 다니면서도 매주 2, 3번 오후 8시부터 홍익대
근처의 작업실에서 만나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음반 작업에 매달렸다. “2년 동안 11곡을 녹음했는데 아무리 들어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했죠.”
그 후 연진은 주 1회 출연하던 SBS 파워FM ‘스윗 소로우의
텐텐클럽’ 패널 활동을 제외한 모든 생업을 그만두고 앨범에 매달렸다. 상준은 서울 화곡동 집과 경기 안산의 회사, 그리고 홍익대
작업실을 오가며 녹음 작업을 도왔다. 작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진은 앓아누웠고 회복한 후엔 올 3월부터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두 달간 누워 지내다 보니 방에 틀어박혀 작업만 할 게 아니라 사람도 만나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모은
돈도 다 써버려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벌어야 덜 불안할 것 같았죠.”
오랜 진통 끝에 나온 정규 앨범은 이 밴드
특유의 발랄하고 밝은 음악으로 가득하다. 4인조 보컬 밴드 ‘스윗 소로우’가 피처링해 재녹음한 ‘피크닉’을 포함해 ‘쇼 미 러브’
‘순간의 진실’ 등 11곡이 쉴 새 없이 귓가를 간질인다. 2곡을 제외한 모든 노랫말을 영어로 쓴 점도 특징이다. “우리
멜로디는 동글동글한 영어로 부를 때 귀여운 느낌이 살더라고요.”
연진은 이제 커피숍 일을 접고 음악에만 매달릴까
고민 중이다. 상준은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음악으로 생계를 해결하긴 어렵고, 음악에 경제적 의존을 하는 순간
대중성을 따지느라 하고 싶은 음악을 못 할 수도 있잖아요. 후속 앨범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연차를 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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