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보름달은 풍요와 넉넉함, 원만함을 상징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로부터 보름달을 바라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의 꿈이 이뤄지길 기원하곤 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만나는 달의 이미지는 그윽하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보름달의 이미지를 커다란 항아리로 표현했다. 백자 달항아리(백자대호)다. 백자 달항아리는 몸통 중간이 약간 뒤틀리고 기우뚱해서 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완벽함보다는 인간적인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던 옛사람들의 검박한 심성. 그래서일까. 이 달항아리를 두고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넉넉한 맏며느리 같다”고 했고,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김원룡 선생은 “이론을 초월한 백의(白衣)의 미”라고 노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서울 용산구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도 백자 달항아리를 전시하고 있지만 이번 추석 연휴기간엔 10일(토요일)만 관람이 가능하다.
궁궐에서 만나는 보름달도 매력적이다. 서울 창덕궁에서 11∼13일 오후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달빛기행이 열린다. 비가 내려도 행사는 진행된다. 돈화문∼진선문∼인정전∼낙선재∼부용지∼연경당∼후원 숲길을 거닐며 궁궐의 야경과 달빛을 감상하고 연경당에선 국악 공연도 열린다. 부용지 연못에 어린 둥근달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한다. 오후 9시까지 야간 개방하는 덕수궁에서도 보름달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전시장도 매력적이다. 국보 99호 갈항사 3층 석탑 등 국보 및 보물 11점을 비롯해 30여 점의 석조 문화재가 전시된 곳. 나무도 무성해 숲 속 박물관 같은 분위기다. 이곳을 거닐며 보름달을 만난다. 바로 옆엔 거울못 연못이 있다. 탑 사이를 거닐며 연못을 바라보면 석가탑을 만든 아사달을 그리워하다 끝내 연못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 아사녀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둥근 고분을 배경으로 달구경을 해도 좋다. 조선시대 왕릉 가운데에는 오후 9시까지 개방하는 서울 강남구의 선릉(조선 성종과 정현왕후의 무덤)에서 달을 볼 수 있다.
역사 고도에서 만나는 보름달도 매력적이다. 특히 천년고도 경북 경주시는 보름달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대릉원 등 도심의 고분군을 비롯해 첨성대, 안압지, 황룡사 터 그리고 감포 가는 길목의 감은사 터의 동서탑 주변 등. 보름달에 어린 신라의 천년 문화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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