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35만 동원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조승우폐인이 ‘지킬 앤 하이드’폐인 됐죠”
동아일보
입력 2011-09-01 03:00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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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오페라의 유령’의 신화를 깬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가 거울 앞에 섰다. 그는 “오디뮤지컬컴퍼니를 세우고 지난 10년간 하루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앞만 보고 달리다 올해 결혼을 하면서 안정과 여유를 찾았다”면서 “좋은 뮤지컬을 만들어 내려면 그걸 숙성하기 위한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을 함께 깨쳤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 @donga.com
그는 공연계에서 소문난 빚쟁이다. 2001년 독립공연기획사를 차린 뒤 만 10년간 공연 33편을 올리면서 진 빚이다. 그래서 그가 넘어지면 한국 공연계 전체가 휘청거릴 거라는 농담도 나왔다.
“100억 원이 넘어요. 1년에 10억 원씩 빚을 진 셈이죠.”
일반인 같으면 다리가 후들거릴 액수지만 이 돈키호테 같은 사내는 조금도 위축되는 법을 몰랐다. 그리고 그 빚을 대거 청산할 수 있는 ‘대박’을 쳤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지킬 앤 하이드’의 제작자,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43)다.
지난해 11월 30일 개막해 9개월간 장기공연을 펼친 ‘지킬 앤 하이드’는 35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1년간 장기공연으로 33만 관객을 기록한 ‘오페라의 유령’의 아성을 무너뜨린 국내 최고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오페라의 유령’ 제작자인 설도윤 씨는 그에게 프로듀서의 길을 열어준 ‘멘토’였다.
“성공은 확신했지만 이 정도로 잘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매일 객석 점유율을 보고받으면서 저도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설 대표님 기록을 깼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진심으로 축하해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조승우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지킬 앤 하이드’는 원래 올해 4월까지 5개월 공연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전석 매진을 기록한 조승우 출연분 외에도 객석점유율이 90%대가 넘어 영화스케줄이 잡힌 조승우가 빠진 채 4개월 연장공연을 펼쳤는데도 관객이 줄지 않았다.
‘지킬 앤 하이드’ 흥행 성공의 1등 공신 조승우가 공연에서 하이드로 변신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승우에 대한 명성을 듣고 공연장을 찾은 분들이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보면서 그들의 팬이 된 거죠. 예전엔 젊은 여성 중심의 마니아 관객이 중심이었는데, 이번 공연에선 정말 전 연령대의 다양한 관객이 찾아주셨어요. 마치 TV 연속극을 보듯이 배우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공연을 보는 분들이 많아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지킬 앤 하이드’는 프로듀서로 그의 심장과 같은 작품이다. 2004년 이 작품을 초연하기 직전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오디뮤지컬컴퍼니를 차린 뒤 너무 바빠 오랫동안 미뤄왔던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것. 그는 177cm의 키에 52kg밖에 안 나가는 환자의 몸으로 첫날 공연을 지켜봤을 때를 잊지 못한다.
“생전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어요. 관객들이 의자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듯이 ‘빨딱빨딱’ 일어나 파도처럼 기립박수를 치는데 숨이 막혀서 수술받은 심장을 움켜쥘 정도였어요.”
그렇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 뮤지컬은 7년여의 숙성기간을 거친 뒤 역대 최고의 뮤지컬 자리에 올라서며 9개월 공연에 275억 원 매출, 120여억 원의 수익이란 선물을 안겼다. 전체 수익액수만 놓고 보면 10년간 빚을 탕감하고도 남을 만하다.
“그게 모두 제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아니잖아요. 지난 10년 제 꿈과 열정을 믿고 투자해 준 분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언제나 제 빚을 ‘좋은 인맥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왔으니까요.”
그는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 돈을 벌어다 준 작품은 30%밖에 안 된다면서 “70%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30%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꿈과 도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젠 그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뮤지컬의 고전을 한국관객의 입맛에 맞게 새로운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노하우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11월 뮤지컬 ‘페임’을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게 새로 선보일 그는 “2, 3년 뒤엔 ‘지킬 앤 하이드’의 오픈 런(무기한) 공연에 나설 것이라면서 이건 도전이 아니라 도약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매년 100편이 넘는 새로운 뮤지컬을 올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이제는 한류와 맞물려 서울을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발전시킬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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