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82>孟子曰 人皆有不忍人之心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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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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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6장은 ‘不忍人之心’장이라고도 하고 ‘四端(사단)’장이라고도 한다. 不忍人之心은 남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 혹은 남의 불행을 덤덤하게 볼 수가 없는 마음을 뜻한다. 맹자는 이상적인 정치란 不忍人之心을 토대로 不忍人之政(불인인지정,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정치)을 행하는 것이며, 不忍人之心이란 인간의 마음에 내재하는 四端이 발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왕도정치론과 인간본성론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된다.

위에서 맹자는 ‘사람들은 모두 남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인간 본성의 보편적 특성을 단언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여기는 性善說(성선설)의 핵심이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이렇게 말하여, 그 아래에서 논하게 될 왕도정치론의 본질을 摘示(적시)했다.

조선의 朴世堂(박세당)은 이렇게 풀이했다. 맹자는 不忍人之心이 결코 여러 사람에게는 없고 옛 임금만 홀로 이것을 지닌 것이 아니라 옛 임금은 이것을 잘 미루었으나 여러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리고 맹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다 같이 이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자각해서 이것을 잘 미루어 넓혀야 한다고 가르치고, 만일 사람들이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해칠 뿐만 아니라 그의 군주도 해치게 된다는 점을 알게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不忍人之心을 주희(주자)는 천지의 生物之心(생물지심, 만물을 태어나게 하는 마음)과 같다고 보아 이렇게 말했다. 천지는 만물을 태어나게 함을 마음으로 지니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들은 각각 천지가 만물을 태어나게 하는 그 마음을 얻어 자기 마음으로 삼았으므로, 인간은 모두 남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백지 상태인가, 그것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지녔다고 여기는 관념은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을 인정하고 생명의 연대의식을 싹트게 하는 희망 가득한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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