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Q: 어미의 애정표현 중요성 어떻게 알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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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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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950년대 원숭이 실험으로 입증

《동물이나 사람에게 자기 다음 세대에 대한 어미의 애정과 관심은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애정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ID: hyun***) 》

1950년대 해리 할로라는 미국 위스콘신대의 심리학자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는 학자로 남게 됐다.

그가 원숭이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바로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었다.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많은 심리학자는 부모의 사랑이 오히려 자식을 나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당시에 출판된 심리학책에는 심지어 부모가 자식에게 뽀뽀를 1년에 한 번 이상 하는 것은 자식을 망치는 일이니 조심하라고 쓰여 있을 정도였다.

그는 두 종류의 가짜 어미 원숭이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가 새끼 원숭이를 풀어 놓았다. 철사로 만들어진 어미는 원숭이가 좋아하는 우유를 줄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또 다른 어미는 우유는 나오지 않았으나 포근한 담요로 만들어져 있었다. 만약 어미의 역할이 생존에 꼭 필요한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새끼 원숭이는 철사로 만들어진 어미를 더 좋아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끼 원숭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포근한 담요로 만들어진 어미에게 꼭 달라붙어 보냈고, 배가 고플 때만 잠시 철사 어미에게 가서 우유를 마시고는 얼른 다시 담요로 돌아갔다. 이 실험을 통해 할로는 ‘자식이 엄마로부터 꼭 필요로 하는 것은 먹을 것이 아닌 보살핌과 안정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실험에서 할로는 새끼 원숭이가 낯선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어미가 뒤에 지키고 있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이 결과 또한 놀라웠다. 어미가 방 한구석에서 보고 있으면 새끼 원숭이는 처음 보는 곳이어도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미 곁으로 돌아가 안정을 취하고 또다시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놀았다. 그런데 어미를 방에서 내보냈더니 새끼 원숭이의 행동이 완전히 바뀌었다. 낯선 환경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웅크리고 앉아 울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이 실험 역시 엄마의 존재가 자식의 정서적 안정감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 주었다.

할로의 이러한 실험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비윤리적인 측면이 많다. 새끼 원숭이를 이용해 실험을 하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진짜 어미로부터 떼어놓는 것이나, 고립된 상황이 정서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기 위해 새끼 원숭이를 깜깜한 방 안에 1년 동안 혼자 두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잔인한 실험이다. 하지만 할로의 연구 덕분에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이 아이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었다.

진주현 생물인류학 박사 하와이대 겸임 교수
진주현 생물인류학 박사 하와이대 겸임 교수
할로는 1958년 ‘사랑의 본질’에 대한 논문에서 자신의 새끼 원숭이 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바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도 정서적 안정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들도 단순히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뿐만 아니라 엄마들처럼 자식을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줌으로써 자녀 양육에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랑은 신비롭고 깊고 부드러운 것”이라고 시작하는 기념비적인 논문이다.

가끔씩은 백 마디 말보다도 한 번의 따뜻한 포옹이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는 할로의 실험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것이니, 오늘은 사랑하는 가족을 꽉 한 번 안아 주는 것은 어떨까.

진주현 생물인류학 박사 하와이대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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