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간 이어오는 대장간을 비롯해 상여집, 부채집, 함석집…. 충남 서천군 한산 5일장은 시간이 멈춘 듯 전통이 살아 숨쉰다. 이곳에서 묵묵히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이 21일 ‘한다공방’을 열고 한데 모였다. 왼쪽부터 짚풀공예의 김강열 씨, 부채장인 이광구 씨, 대장장이 김창남 씨, 솟대공예의 이희복 씨,모시염색공예의 박예순 씨, 천연비누공예의 노명희 씨, 짚풀공예의 한상도 씨. 서천군 제공
한산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100년 전통 아성 대장간의 김창남 씨.대장간, 상여집, 함석집, 활자인쇄소, 부채집….
한산 모시와 한산 소곡주의 고장인 충남 서천군 한산면. 5일장이 열리는 이곳 한산시장은 사뭇 독특하다. 지금은 5일장 자체도 드물지만 이곳 작은 시장엔 3대째 100년간 이어오는 전통 대장간, 27년째 죽은 이를 위해 전통 꽃상여를 만드는 상여집, 함석으로 쓰레받기 빗물받이 물뿌리개 등을 만드는 함석집, 활자로 명함과 인쇄물을 찍어내는 인쇄소가 있다. 다른 곳에서는 이미 사라져버린 추억의 공간이 200, 300m도 안되는 시장 골목 언저리에 밀집해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전통부채 공작선(孔雀扇)을 만드는 부채집도 있고 막걸리 양조장, 한약방, 재래 목욕탕, 철물점도 고스란히 살아남아 이어져 온다.
21일 한산시장에 또 하나의 특별한 상점이 들어섰다. ‘한다(韓多)공방’이 문을 연 것이다. ‘한다’는 한산의 다양한 문화가치라는 뜻. 대장간 함석집 부채집 짚풀공방 솟대공방 모시공방 등 8곳에서 만든 작품을 모아 전시 판매하는 상설전시장이다.
한다공방 개장은 사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산 5일장의 힘겨운 노력의 결실이다. 모시시장이 힘을 잃어가자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먼저 한산시장의 콘텐츠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문화상품으로 내놓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해 한다브랜드가 탄생했다.
올해 1월 한산시장에서, 3월엔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다움문화예술기획의 최연희 씨는 “반응이 좋았고 특히 대장간에서 만든 미니농기구 부채 모시스카프의 인기가 높았다. 추가 주문도 들어왔다”고 전했다.
상설전시장인 한다공방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만들었다. 한산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한산에 이어져 오는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 만든 미니어처 도끼, 촛대, 짚풀컵홀더, 솟대 오르골, 천연모시 스카프 등 생활공예품 500여 점을 전시한다.
(위)상인들의 작품이 전시된 한다공방의 내부(아래)21일 한산오일장에 문을 연 한산전통공예 상설전시장 한다공방의 외부 모습.
서천군 제공놀라워하는 마을 사람도 많다. 27년째 상여를 만들어오고 있는 한연숙 씨는 “이렇게 공방을 만든 것을 보니 놀랍다. 시장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라고 즐거워했다.
3대째 아성대장간을 운영하는 김창남 씨는 한산시장의 간판 장인이다. “1968년부터 대장간을 이어받아 해오고 있지만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파주 전시를 보니 사람들이 미니 쇠스랑 같은 것을 좋아하더군요.” 김 씨는 그래서 최근 들어 실제 농기구보다는 기념품을 많이 만든다.
이광구 씨의 공작선도 인기가 높다. 기업이나 자치단체에서 외국인 선물용으로 많이 찾는다. 이 씨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부채를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다”며 즐거워했다.
이처럼 한다공방은 단순한 공예품 전시장을 넘어 사라져가는 시장에서 전통의 가치와 의미를 돼새겨 볼 수 있는 곳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서천군의 오천환 문화관광계장은 “사실 한산모시가 사양길인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그 모시의 전통을 이 5일장과 한다공방이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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