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2011/2012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블랙과 어스 컬러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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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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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볕에 두툼한 겨울옷은 이미 어깨 위에서 내려왔지만, 계절을 앞서 겨울로의 시간여행이 허락되는 공간이 있다. 패션모델들의 리드미컬한 캣워크 속에서 올가을, 겨울의 패션 코드를 읽는 2011 서울패션위크가 기자에게는 그런 공간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서울무역전시장(SETEC)과 kring에서 열린 2011 서울패션위크를 돌아봤다.

1인용 스쿠터에 태운 마네킹처럼 분장한 모델이 깜짝 등장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디자이너 한상혁 쇼의 피날레. 제일모직 제공
1인용 스쿠터에 태운 마네킹처럼 분장한 모델이 깜짝 등장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디자이너 한상혁 쇼의 피날레. 제일모직 제공
올해 서울패션위크에서 드러난 남성복 트렌드는 클래식 슈트를 기본으로 모던한 실루엣을 강조하는 ‘모던 보이’ 스타일과 캐주얼과 아웃도어를 접목한 ‘어번 아웃트로’ 스타일이 대세였다. 여성복은 실크와 시폰 소재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디자이너 최지형, 곽현주 등이 속이 비칠 정도로 얇은 시폰 블라우스와 드레스를 선보여 ‘시스루 룩’의 인기가 여전함을 알렸다. 허리가 잘록하게끔 한 입체 디자인으로 허리선을 강조한 ‘보디 컨셔스 룩’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었다.

컬러 면에서는 가을, 겨울 시즌의 ‘잇 컬러’인 블랙이 주도하는 가운데 올리브 그린, 다크 와인 등을 매치해 고전적인 느낌을 주거나 베이지, 브라운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어스 컬러’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주력한 디자이너들도 있었다.

거장과 신진 디자이너의 조화

2011·2012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디자이너 이상봉의 패션쇼. 산수화를 옮겨놓은 듯 유려한 곡선으로 누빔 처리한 블랙드레스(가운데)가 눈길을 끌었다.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011·2012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디자이너 이상봉의 패션쇼. 산수화를 옮겨놓은 듯 유려한 곡선으로 누빔 처리한 블랙드레스(가운데)가 눈길을 끌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거장들의 쇼는 극적인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유려한 산하를 누빔 처리로 옮겨 놓은 코트와 산수화를 프린트한 의상에 등산을 테마로 한 영상과 음향을 접목해 찬사를 받았다. 디자이너 지춘희는 런웨이의 출발선에 2층 무대를 만들어 쇼의 배경음악(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을 연주하는 듯한 퍼포먼스로 파격을 시도했다. 세그웨이(1인용 스쿠터)를 탄 마네킹 속에서 모델이 나오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디자이너 한상혁의 쇼 피날레는 관람객들의 카메라 플래시를 독차지했다.


일반 관람객이 볼거리가 풍성한 거장들의 쇼에 몰렸다면, 외국 바이어들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주목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의류업체 ASOS의 바이어 엘리너 워드 씨는 “디자이너 박승건과 홍혜진의 쇼가 인상적이었다”며 “젊은 한국 디자이너의 작품들은 상품화에 적합하고 상업적 매력도 높아서 매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IT 접목 태블릿PC 주문 시스템도 눈길

SETEC 비즈니스라운지에 설치된 태블릿 주문 시스템으로 의상을 주문하는모습.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SETEC 비즈니스라운지에 설치된 태블릿 주문 시스템으로 의상을 주문하는
모습.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올해 서울패션위크에는 인도, 중동 등 신흥 소비시장 바이어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모든 쇼에서 히잡을 두른 바이어를 서너 명씩은 볼 수 있었다. 다만 대지진 여파로 일본 바이어가 크게 줄어든 점은 아쉬웠다. 입석 관람도 마다하지 않고 구름처럼 몰려든 일반 관람객과 ‘패션 키드’들은 업계 종사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외국 패션위크에 비해 활력이 넘치게 만드는 서울패션위크의 최고의 자산임을 올해도 확인시켜줬다.


서울패션위크는 외국 패션위크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상 중이다. 마크 정 밴쿠버 패션위크 조직위원회 아시아태평양지역 프로젝트 매니저는 “영상, 음향 등 서울패션위크의 하드웨어와 운영 전문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미국, 유럽 등지의 바이어도 한국 디자이너들의 성장에 감탄하며 3, 4년 뒤를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태블릿PC 주문 시스템’도 선을 보였다. 비즈니스 라운지에 마련된 아이패드로 패션위크에 참석한 디자이너 27명의 작품 1800여 점을 행사장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게 한 것. 주문 메뉴도 영어로 만들어 외국 바이어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행사장 도처에는 행사 일정과 디자이너 소개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배치해 관람 편의성도 개선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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