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지금 필요한건 뼈깎는 종교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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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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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길자연 대표회장 직무집행정지로 최대위기

개신교 단체 회원들이 금권선거 등을 이유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를 주장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보수적인 개신교계를 대표해 온
한기총은 해체운동에 이어 대표회장이 직무정지를 당하는 등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제공
개신교 단체 회원들이 금권선거 등을 이유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를 주장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보수적인 개신교계를 대표해 온 한기총은 해체운동에 이어 대표회장이 직무정지를 당하는 등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제공
“120년의 길지 않은 한국 교회사에는 선교와 박해, 부흥과 해외선교, 분열과 대형화, 세속정권과 교회권력의 결탁과 타락 등 서구 기독교 2000여 년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녹아 있다. 유일하게 경험하지 못한 것은 뼈를 깎는 종교개혁이다. 지금은 개신교가 다시 살아야 하는 종교개혁의 전야(前夜)다.”

최근 해체론이 일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사태에 대한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의 진단이다. 1989년 출범 이후 보수 개신교계를 대표해온 한기총이 법원에 의해 초유의 대표회장 직무 정지를 당하는 등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기총 무용론을 주장해온 단체들의 목소리는 금권선거를 둘러싼 이 단체의 갈등 격화로 힘을 얻고 있다. 한기총에는 60여 개의 개신교 교단과 20개의 단체가 가입돼 있다.

○ “한기총 해체하라”


한기총 해체운동을 주도하는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4월 1일부터 ‘한기총 왜 해체해야 하는가’란 주제의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한다. 한 인터넷 포털에서 진행 중인 한기총 해체를 위한 서명자는 29일 현재 약 7000명에 이른다.

한기총 해체를 주장해온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기총이 기독교(개신교)에 해를 너무나 많이 끼쳤다. 국회의원들도 정치자금 때문에 옷을 벗는데 ‘예수의 제자’들이 자리에 연연해 거액을 주고받았다면 마땅히 물러나야 하고 이 단체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인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목사)도 최근 트위터에 ‘한기총의 현실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더는 돈과 권력이 하나님 나라를 대표하지 못하도록’이란 내용의 글을 올리고 해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한기총 사태는 지난해 12월 길자연 목사가 제17대 대표회장으로 당선됐지만 올해 1월 대표회장 인준을 위한 총회가 금권선거 논란으로 파행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이광선 전임 회장이 선거와 관련한 양심선언을 한 뒤 일부 목회자가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갈등을 빚어 왔다.

○ 갈등의 근본 원인과 해법은

앞으로 한기총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직무대행자가 대표회장 업무를 대행하면서 절차에 따라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기총 외부에서는 해체론이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정작 갈등을 빚고 있는 현 집행부와 가처분 소송을 낸 비대위 측은 모두 해체보다는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한기총 총무인 김운태 목사는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한기총이 그동안 개별 교단과 교회가 하지 못한 봉사활동을 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한 것이나 보수적인 개신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낸 것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다”며 해체론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대다수의 대의원이 현 집행부를 신임하고 있다”며 “이후 열리는 총회 결정에 따를 것이고 앞으로 여론을 청취해 한기총을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을 주도한 이광원 목사는 “길자연 목사는 금권선거 때문에 이미 후보자 자격이 없다. 이미 제기한 당선무효소송에 집중하겠다”면서도 “한기총을 해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기총 사태는 이 단체는 물론이고 교회 대형화와 금권선거가 일반화한 개신교계의 고질적 병폐가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는 의견이 많다.

교단의 한 관계자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금권선거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일부 대형 교단장 선거비용은 한기총의 몇 배에 이른다”며 “한기총도 그렇지만 교단, 나아가 한국 개신교계에 만연한 물질적 성장주의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길 목사 측은 “이전에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일부 목사도 (우리보다) 더 많은 선거비용을 썼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를 주도해온 예장 통합과 합동 교단의 오랜 갈등, 두 교단을 각각 대표하는 서울의 대형교회 K 목사·이광선 목사와 길 목사의 대립, 통합 교단의 개신교 연합 사업에서의 독주 등이 내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박효종 교수는 “종교계가 자신의 영역을 사법부에 맡기는 것은 사실상 종교임을 포기하는 것일 수 있다. 자율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올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주 교수는 “한기총뿐 아니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포함한 모든 개신교계 단체와 교회가 개혁돼야 한다”면서 “예수님은 헤롯의 성전을 가리켜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세우리라’고 했다. 모든 것을 허문 상태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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