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이대로 물려주고 싶나 이런땅을…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우리는 미래를 훔쳐 쓰고 있다
레스터 브라운 지음·이종욱 옮김 456쪽·2만5000원·도요새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전제하자면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와 연결지을 수는 없다. 지진은 인간의 활동과 무관하게 지각에 축적된 에너지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참상은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더군다나 대지진의 영향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한다. 도쿄의 지하철 대란, 피해지역의 식수 부족 소식은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전기와 물이 실제론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남의 일 같지 않은 파국적 사태를 지켜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이 책을 받았다. 현재를 사는 우리를 ‘미래를 훔쳐 쓰는 존재’로 비판하는 제목. ‘환경 운동의 구루’로,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인 레스터 브라운의 책이다. 그는 책에서 인류에게 닥친 환경 위기를 진단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개발을 비롯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제시한다. 2008년 출간한 ‘플랜B 3.0’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업데이트했다. 원제는 ‘플랜B 4.0’

저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은 곡물 수확량을 줄이고 모든 지역의 생태계를 바꿔 놓고, 더욱 극단적인 기상 이변을 몰고 올 것”이라며 “지구가 ‘파산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지구 온난화를 다룬 책은 이전에도 많아서 새로울 것 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환경 파괴와 에너지 고갈, 이에 따라 예상되는 자연재해와 불안정한 미래 등 저자의 말은 쏙쏙 귀에 들어온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난은 어쩔 수 없더라도, 노력하기에 따라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재난에 대해선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번 지진으로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에 걸친 방대한 통계와 수치, 사례를 곁들인 덕분에 브라운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식량위기’를 중심에 두고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등을 논한다.

책에 따르면 저녁 식탁에 앉는 사람이 매년 7900만 명씩 늘고 있지만 경작지와 수자원의 감소로 식량 부족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 올려 대수층이 고갈되는 바람에 2016년에는 밀 생산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고, 예멘은 이미 곡물 소비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축복받은 불안’의 저자인 폴 호켄은 이런 현실을 가리켜 “지금 우리는 미래를 훔쳐 현재에 팔고 있으며 그것을 국내총생산(GDP)이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의 빙하가 사라지면 주변 하천이 고갈되면서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해진다. 중국의 유명한 빙하 연구자인 야오탄둥은 중국 빙하의 3분의 2가 2050년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저자는 “산악빙하가 녹아서 야기되는 대대적인 식량 생산 위협은 세계에서 일찍이 겪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 문제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비롯된다. 책은 자연스럽게 차세대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로 논의를 넓힌다. “21세기에는 풍력, 태양열, 지열에너지를 더욱 활용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핵심은 풍력”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미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럽에선 이제 풍력이나 태양, 그 밖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용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미국에선 풍력발전 용량이 2008년 8400MW(메가와트)로, 석탄으로 공급받는 전력 1400MW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중국은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여러 곳에 조성하고 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브라운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엄밀히 계산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핵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 원자로를 폐로 조치하는 데 드는 비용,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대비해 원자로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드는 비용 등을 흡수하기 위한 시설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원전사태를 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비용’이라는 지적이 크게 눈에 들어온다.

책의 원제처럼 저자는 환경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방법으로 ‘플랜B’를 외친다. 플랜B의 구성요소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 줄이는 것 △세계 인구를 80억 명 이하로 안정시키는 것 △빈곤 퇴치 △토양, 대수층, 어장을 포함한 지구의 자연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 등 네 가지다.

“인구가 안정되고, 숲이 늘어나고, 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세계는 우리의 힘이 미치는 곳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의무를 강조한 그의 호소는 절절하다.

“선택은 우리, 당신과 나의 몫이다. 우리는 현재 추세에 머물 수도 있고 자연 유지 체계를 끊임없이 파괴해 마침내 자신마저 파괴하는 경제를 관장할 수도 있다. 또는 플랜B를 채택하고, 세계를 지속된 발전의 길로 옮겨가도록 방향을 바꾸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 세대가 할 것이지만, 그 선택은 앞으로 올 모든 세대가 지구에서 살아갈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