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김아중 “박신양 선배 ‘꺼져’ 무서워 피해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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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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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싸인’ 덕에 삶을 돌아봐”

‘싸인’에서 일명 ‘거지 커트’라 불린 레이어드 헤어스타일을 했던 김아중.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 여성스럽고 단정한 스타일로 돌아갔다. 그는 “더 지저분하고 실감나는 법의관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머리를 안 감을 수 없어서 층을 많이 낸 거지 커트를 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싸인’에서 일명 ‘거지 커트’라 불린 레이어드 헤어스타일을 했던 김아중.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 여성스럽고 단정한 스타일로 돌아갔다. 그는 “더 지저분하고 실감나는 법의관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머리를 안 감을 수 없어서 층을 많이 낸 거지 커트를 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평범한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

SBS 드라마 ‘싸인’을 끝낸 김아중(29)은 죽음을 통해 바라보게 된 삶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1월부터 두 달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 고다경 역을 맡아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과 함께 수십 건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했다.

“한 달간 연기 준비하면서 학술지를 보고 부검 참관도 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말 세심하게 들여다보더군요. 아침에 눈 뜨면 내가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해요.”

‘싸인’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열쇠는 시신에 있다.

“산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죽은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대사는 극의 주된 메시지다. 최종회는 권력의 비호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대통령 후보 딸 강서연(황선희)을 잡지 못했던 지훈이 자신의 몸에 사인을 남기고 죽음으로써 범인을 검거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윤지훈의 부검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콤비 플레이였어요. 그래서 정말 담담하게 부검했죠. 그동안 지훈을 유일하게 인정하고 바라본 다경이니까요. 그러다가도 카메라가 꺼지면 울음을 참을 수가 없는 거예요. 시신 연기를 하는 박신양 선배의 손을 붙잡고 ‘꺽꺽’거리며 대성통곡했죠.”

박신양과 김아중은 일명 ‘꺼져 커플’로 인기를 끌었다. 고다경에게 항상 “꺼져!”라고 소리 지르는 지훈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다경의 모습을 영화 ‘나는 전설이다’ 포스터에 합성한 ‘나는 꺼져이다’ 등 인터넷 패러디도 넘쳤다.

그는 “처음 박신양 선배가 ‘꺼져!’라고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데 그게 너무 서러웠다”며 “촬영 초반에는 선배를 슬슬 피해 다녔다”고 웃기도 했다. 지훈은 죽기 전날 다경과 공원을 산책하며 수줍게 손을 잡았다. 진도는 거기서 끝이었다. 그래선지 안방 팬들은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불만이 많았다. 김아중은 “로맨스 없는 마무리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지훈이를 사랑하기보다는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컸을 겁니다. 존경이 커지면 설레요. 저도 나이 많은 은사님을 보며 설렌 경험이 있어요. 한국 드라마가 사랑 얘기로 흘러서 멘터 관계를 제대로 표현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 점이 좋았어요.”

얼른 그에게 이상형을 물었더니 “한석규”라는 대답이 나왔다. 목소리가 좋은 남자라서 그렇단다.

“목소리만 들어도 나를 품어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오는 사람요. 한석규 선배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이랄까, 깊이가 있어요. 영화제 뒤풀이에서 뵌 적이 있는데 복도 끝에서 종소리가 들려왔어요. 함께 연기할 기회가 있다면 저야 영광이죠.”

스릴러 장르임에도 ‘싸인’은 최고 시청률 25%까지 오르는 등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마지막 회에서 화면조정용 컬러바가 노출되고 고르지 못한 음향이 나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아중은 “워낙 찍을 게 많은 드라마라 3주 전부터 방송사고 나겠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급박한 제작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김아중은 곧 중국으로 가 미중합작 영화 ‘어메이징(Amazing)’ 촬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는 영화에서 농구 게임 프로그램을 만드는 여주인공 ‘이린’ 역으로 캐스팅됐다. 광고도 4, 5건 협의 중이다. 최근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박사 과정도 고민 중이다.

“정말 ‘싸인’이 끝났네요. 앞으로도 배우 김아중을 계속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싸인’으로 법의학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부검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이니까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박영욱 동아닷컴 기자 pyw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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