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부처’ 이창호 국수전서 패배, 22년 만에 무관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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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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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이창호 9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수 이창호 9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돌부처' 이창호가 22년 만에 무관(無冠)으로 떨어졌다.

국수타이틀 보유자인 이창호 9단은 14일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54기 국수전 도전 5번기 제4국에서 도전자 최철한 9단에 흑으로 98수만에 불계패했다.

올 1월12일의 1국에서 승리했지만 2국과 3국에서 연달아 패하며 막판에 몰린 이창호에게 이날 대국은 유일한 타이틀인 국수(國手) 방어가 걸린 결정적인 한판이었다.

배수의 진을 친 이창호는 최근 유행하는 중국식 포석을 들고 나왔다.

전투가 강한 상대를 의식해 처음부터 차분하게 실리를 벌어들이며 집에서 우위를 지켜나가는 작전을 펼쳤다.

최철한도 좌상귀를 중심으로 상변일대에 큰 세력을 형성해 나갔고 바둑은 전체적으로 두터운 백의 흐름으로 바뀌었다.

상황이 바뀌자 이창호는 하변에서 흘러나온 대마사냥에 승부를 걸었다.

'기다림의 바둑'이라는 이창호가 최철한식 '올인 작전'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일직선의 공격은 실패했고 우변이 파괴되는 큰 손해를 입은 이창호는 결국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이로써 이창호는 국수전 종합전적 1-3으로 국수타이틀을 최철한에게 넘기며 첫 타이틀을 따낸 지 7831일 만에 무관으로 떨어졌다.

1989년 8월8일 14세의 나이에 제8기 KBS 바둑왕전에서 김수장 9단을 이기고 최연소로 첫 타이틀을 차지했던 이창호는 지난해 3월에 홍기표 4단을 물리치고 제54기 국수전을 따낼 때까지 총 140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한국바둑계의 살아있는 신화'였다.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16세-1992년), 세계대회 최다우승(23회), 연간 최다우승(95년·13회) 등 우승에 관한 각종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 해 두자릿수 우승을 5차례(1993년, 95년¤98년) 기록한 것은 전무후무한 대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창호가 무관으로 추락할 위기는 4년 전에도 한차례 있었다.

2006년까지 4관왕이던 이창호는 2007년 들어 국수와 십단 타이틀을 잇달아 상실하고 6월에 왕위전 도전기를 맞았다.

국수를 빼앗아간 윤준상과의 도전기가 2대2가 된 가운데 전자랜드배에서 강동윤에게 패하며 무관 전락의 위기를 맞았다.

결국 전자랜드배 패배 이틀 후 열린 왕위전 최종국에서 승리하며 기록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나 다시 맞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천적인 최철한의 손에 의해 쓴맛을 보고 말았다.

그러나 바둑계에서는 이번 추락이 이창호의 몰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강한 편이다.

국수전 해설자인 김승준 9단은 "혼자 연구하기를 좋아하는 이창호가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 해도 신기하다. 이창호가 아니었으면 벌써 몰락했을 것"이라며 "현재 바둑계 풍토인 공동연구에 참가하고 체력을 끌어올린다면 앞으로 5년 이상 최정상급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995년 20년 만에 무관이 된 조훈현 9단은 그 후 동양증권배, 후지쓰배 등 세계대회에 전념하면서 8차례 국제대회에서 우승, 제2의 전성기를 연 바 있다.

이창호는 현재 맥심배 4강에 올라 있는데 22일에 목진석 9단을 상대로 결승 진출을 다툰다.

최철한 9단 역시 21일 박영훈 9단과의 준결승이 예정돼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창호가 다시 최철한을 상대로 무관에서 벗어날 기회를 노릴 수 있다.

3번째 국수전 우승을 차지한 최철한은 상금 4500만원을 손에 쥐었고 이창호는 1500만원을 받았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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