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史·哲의 향기]쥐잡는 기구부터 벽돌제조법까지 18세기 조선의 실용지식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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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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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사설-조선의 실용지식 연구노트
이시필 지음·백승호 부유섭 장유승 옮김 276쪽·1만4000원·휴머니스트

‘물고기 잡는 그물’ 사용법을 소개한 ‘소문사설’의 삽화. 사진 제공 휴머니스트
‘물고기 잡는 그물’ 사용법을 소개한 ‘소문사설’의 삽화. 사진 제공 휴머니스트
“바람구멍을 판다. 마치 원통 두 개처럼 두 구덩이가 서로 연결되게 한다.… 지전(地전·바닥에 깐 납작한 돌) 위에 벽돌을 가로로 세워 괘획(卦劃)처럼 늘어놓는다. 한 줄 건너 서로 마주하게 하고 그 위에 상전(上전)을 놓는다.… 교차하여 쌓은 벽돌이 불기운을 빨아들여 한 줌의 섶이면 구들 하나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풀무식 온돌’ 설명)

조선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18세기 백과사전’이 나왔다. 조선 숙종의 어의였던 이시필(李時弼·1657∼1724)이 쓴 실용지식 연구노트 ‘소문사설([聞事說)’(휴머니스트)이 번역 출간됐다.

제목인 소문사설은 ‘생각이 고루하고 견문이 좁은 저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였다’는 뜻. 1678년 의과에 합격해 어의를 지냈으며 네 차례에 걸쳐 중국 사신 행렬을 따라갔던 저자는 자신이 보고 들은 각종 생활도구와 음식, 과학기술에 대한 실용적인 지식을 묶어 소개했다.

1720년에서 1722년 사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책에서는 조선 후기 지성사의 큰 획인 실학(實學)의 냄새가 물씬하다. 그러나 사대부 실학자들의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거시적 관점의 사회 개혁 방안이나 국가 운영의 아이디어는 읽을 수 없다. 저자는 의관으로 중인 신분이었다. 옮긴이들은 서설(序說)에서 ‘중인들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책 속에는 18세기의 온갖 잡다한 생활기술과 지식만이 가득하다. “쇠를 가지고 둥근 고리를 두 쪽으로 나눈 것 같은 모양을 만든다.… 쇠의 가운데 허리에는 또 조그맣게 돌출된 부분을 만든다. 고리의 주위에는 톱니가 있다.”(‘쥐 잡는 기구’) 오늘날의 과학수사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지식도 눈길을 끈다. “잎사귀로 피부를 문질러서 맞은 상처와 같은 붉은 부스럼을 만들어 사람을 무고하니, 관리 노릇 하는 자는 몰라서는 안 된다. 완화(莞花)의 즙과 소금을 섞어 계란에 문지르면 겉이 붉은색으로 물든다.”(‘맞은 상처 만드는 법’)

조선의 생활만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대 중국의 생활사와 과학기술도 등장한다. 북경에서 보고 온 벽돌 만드는 법과 옛 촉(蜀)나라 땅에 들러 배운 쇠를 금으로 바꾸는 법(연금술), 중국 한 지인의 집에서 맛보았다는 솜사탕 만드는 법에 대해 기술한 부분 등이다. 옮긴이들은 조선 후기 중인들이야말로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실학의 ‘이용후생(利用厚生)’ 정신을 몸소 실천한 지식인들이며 의관 이시필과 소문사설이야말로 그 대표적 예라고 평가한다. 일반 백성들을 위한 ‘이용후생’이 집필 의도임을 말해주는 부분도 책에는 자주 등장한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했다. 두 가지 형식의 온돌 제작법을 소개한 ‘전항식(전항式)’, 다양한 기구와 그 제작법을 설명한 ‘이기용편(利器用篇)’, 음식의 조리법과 효능을 적은 ‘식치방(食治方)’, 잡다한 과학지식의 활용법을 소개한 ‘제법(諸法)’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서에 실린 삽화 외에 당대 다른 책들에 실린 그림들도 풍성히 실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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