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뉴스데이트]허수경 “첫 시집만 기억해 섭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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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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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이트 : 10년 만의 방문 시인 허수경

(구가인 앵커) 9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 허수경 씨를 기억하십니까. 독일에 살고 있는 시인이 신작시집을 들고 고국을 방문했습니다. 허수경 시인을 만났습니다.

***

시 낭독회가 열리는 한 소극장.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들로 붐빕니다.
모두 멀리서 온 시인을 만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19년 전 훌쩍 독일로 떠나버린 스타시인. 드문드문 시집으로만 소식을 알려온 그가 무려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뉴스데이트에서 만난 사람. 시인 허수경 씨입니다.

(시그널)

지난 1월 말 2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허수경 시인.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의 그리움을 달래듯 여러 낭독회에서 많은 독자와 만났습니다.

사람들은 궁금해 합니다. 왜 이토록 소식이 뜸했을까.

(인터뷰) 허수경 / 재독시인
"저도 그렇게 오래 머물지는 몰랐어요. 길어야 2년? 독일 문화나 접하고 올까하는 가벼운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까 1년만, 2년만 더하고 가야지, (그 후엔) 대학원 마치고 가야지..."

그는 고대 동방 메소파타미아 지방을 연구해 지난 2006년 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사이 지도교수였던 독일인과 결혼했고 매년 여름이면 터키에 가서 발굴 작업을 해왔습니다.

(인터뷰)
"문학을 하는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결국 과거 찾기를 하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문학과 고고학은 통하는 데가 있는데...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니까 고고학은 그런 낭만적인 상상만으론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는 1987년 스물 세 살의 나이에 등단했습니다.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등은 9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 터뷰)
"섭섭한데, 제 첫 시집만 기억하신다니까...(웃음). 유랑가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제가 쓰는 시들이 가수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예요. 저는 특별한 이미지로 글을 쓰거나 하지 않고...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가 노래인 상황이거든요."

유랑가수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시는 뜨겁습니다. 이 때문에 작은 체구, 조근 조근한 말투의 시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책상 앞에서 시를 쓸 때와 삶을 살아가는 저는 다른 거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그 자아들이 일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일상의 자아가 문학적 자아보다 커질지 그 반대가 될 진 모르겠어요."

그는 최근 한권의 시집과 한권의 성장소설을 내놨습니다. 전작 시집을 내놓은 지 6년만입니다.

오 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며 시인으로서 언어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인터뷰)
"내가 시인이라는 의식이 어떤 밥을 벌수 있는 직업보다 중요한 것을 다가오거든요. 독일에 있을 때도 밤에 혼자 누워서 혼자 중얼중얼 많이 해요. 우리말로. 말은 안하게 되면 잊어요."

이번 시집에는 에세이나 희곡 등 다양한 형식을 빌린 시 54편이 실렸습니다. 그는 이번 시집에 대해 한동안 잃어버린 시의 음악성이 다시 살아나 수다스러워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노래를 못하다가 노래를 할 수 있게 되니까 노래를 막 해버린듯한 느낌을 이 시집에서 받아요."

그가 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건 뭘까요.

(인터뷰)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살아가자는 이야기에요. 야유가 아니라. 살면서 느낀 세상의 심장이 차갑다고 느낄 때마다. 우리도 많이 느꼈죠. 테러나 이라크 전쟁이라던지. 그런 세계를 살아가면서도 심장을 따뜻하게 가지자는 그런 이야기고. 그렇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자막/시 일부)
심장은 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뜨거운 성기가 된다. 그곳에서 가장 아픈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런데 그 심장이 차가워질 때 아이들은 어디로 가서 별을 찾을까.
아직은 뛰고 있는 차가운 심장을 위하여 아주 오래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시인의 말 중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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