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석 7단 ● 허영호 7단
본선 4강 2국 7보(159∼180) 덤 6집 반 각 3시간
초반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있어도 중반 이후 실수를 되돌리기는 무척 어렵다. 특히 대마 몰이 과정에서 삐끗하면 승패가 확실히 갈리는 경우가 많다. 흑이 하변에서 뻗어 나온 백 대마를 괴롭히며 요모조모 이득 볼 찬스를 놓치자 형세는 백에게 크게 기울었다.
그 원흉은 흑 ○였다. ○의 자리를 선수하고 뒀다면 100점짜리였지만 이를 빼먹는 바람에 10점짜리 수가 됐다. 흑 모양을 보면 대마 공격을 통해 새로 얻은 실리나 두터움이 없다. ○의 자리를 선수하면서 백 대마를 몰아가면 자연스럽게 상변을 품에 안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거꾸로 상변에서 백의 발언권이 더 세다.
흑 65로 화급하게 상변에 다가선 것이 현재 형세를 웅변한다.
흑 67도 고집. 흑 ○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한 수였지만 역시 국면의 초점에서 벗어났다. 흑 67을 보면 프로기사도 실수에 대한 심리적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흑 ○가 실수라는 걸 깨달았다면 거기서 그쳐야 한다. 그런데 잘못한 것을 잘한 것으로 되돌리고 싶은 보상심리 때문에 흑 67로 한 번 더 손을 댄 것이다.
흑 67은 참고도 흑 1을 두고 흑 3으로 백 한 점을 잡았으면 실리 면에서 많이 추격할 수 있었다. 흑 67은 흑 71부터 79까지 좌하 귀를 도려내는 수단을 내다본 것이지만 백 80의 통렬한 침입을 당해선 희망이 없는 바둑이 됐다. 7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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