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경쾌한 무대 유쾌한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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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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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연출 ★★★☆ 성악진 기량 ★★★☆ 연기 ★★★★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날레. 알마비바 백작(김덕성·카펫 위 왼쪽)이 주변의 축하를 받으며 로시나(윤현지)에게 결혼반지를 끼워 주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날레. 알마비바 백작(김덕성·카펫 위 왼쪽)이 주변의 축하를 받으며 로시나(윤현지)에게 결혼반지를 끼워 주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OTM컴퍼니가 서울 중구 정동 한화손보 세실극장에서 공연 중인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연출 박경일)는 ‘해설이 없는 오페라’를 표방했다. 굳이 ‘해설 없음’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초연 당시의 이탈리아 청중은 특별한 설명 없이도 충분히 즐거웠을 것이다. 이번 공연도 역사적 배경을 떠나 청중과 무대가 감동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원어 대신 우리말 가사로 노래하고, 레치타티보(대화와 독백을 노래 형식으로 처리하는 것) 대신 대사를 사용했다. 음악적 비중이 크지 않은 배역들은 아예 노래를 빼버리고 TV와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해온 연기자들을 무대에 내세웠다.

9일 저녁 공연에서 무대 초반은 다소 어수선했다. 최성필 씨가 연기한 알마비바 백작의 시종 피오렐로 역은 지나치게 수다스럽게 느껴졌으며, 백작 역의 테너 김덕성 씨는 창밖의 연가(戀歌) 부분에서 고음이 메마르게 느껴졌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무대는 안정을 찾아나갔다. 백작의 목은 풀렸고, 여주인공 로시나의 유모 베르타를 비롯한 여러 조역이 감초 연기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러운 연기 앙상블이 펼쳐졌다.

공연 완성도의 키를 쥔 피가로 역은 이날 바리톤 박정섭 씨가 맡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피가로였다. 천연덕스러운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으며 동서고금의 바리톤들이 땀을 뻘뻘 흘리게 하는 2중창 ‘그렇다면 나는’의 일부 악구를 제외하면 콜로라투라(목관악기의 난기교를 성악에 적용한 기법)의 완성도도 만족스러웠다. 윤현지 씨도 순진함과 지략을 함께 지닌 로시나 역을 청초한 발성과 날렵한 기교로 소화했다.

노래 없이 연기만으로 소화한 바르톨로 역 박태경 씨와 베르타 역 박은영 씨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객석을 몰입하게 만들며 갈채를 받았다. 피아노 반주만으로 큰 무대의 지휘자 역을 소화한 김주경 씨의 연주는 흠을 잡기 힘들었지만, 아쉽게도 반주에 사용된 피아노는 두 번째 옥타브의 현 몇 개가 풀려 있었다.

이날 공연은 오페라 입문자들이 쉽게 작품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기성 오페라 팬들에게도 충분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무대였다. 중창 몇 부분이 생략된 점은 아쉬웠지만 세 개 배역에만 실제 성악진을 투입했으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피가로 역에 김태완 김태성 씨가 함께 출연하는 등 대부분 배역이 트리플 캐스팅으로 진행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i: 5만 원. 2월 27일까지 화∼금 오후8시, 토 오후 3시 6시, 일 오후 4시7시. 02-926-8064, www.ot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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