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상직-박정자-정동환… 최고배우들 ‘오이디푸스’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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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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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20일부터 창단공연

사진 제공 국립극단
사진 제공 국립극단
“영웅 오이디푸스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남자로 오이디푸스를 그리고자 합니다.”

국립극단이 지난해 국립극장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뒤 갖는 창단공연 ‘오이디푸스’(사진)의 연출가 한태숙 씨가 5일 밝힌 출사표다. 1월 20일∼2월 13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한국을 대표해 세계무대에 내놓을 레퍼토리 연극 계발을 천명한 국립극단의 향후 가늠자가 될 작품이다.

그만큼 제작진과 출연진이 화려하다. ‘레이디 맥베스’와 ‘서안화차’ 등에서 무의식적 충동과 본능을 현대적 감수성의 무대언어로 표현해온 한태숙 씨가 연출을 맡았다. ‘레이디 맥베스’에서 밀가루를 활용해 무의식적 욕망을 표현한 이영란 씨는 이번엔 분필을 활용해 아날로그 영상미학을 실현한다. 이 씨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출연해 공연 시간 내내 높이 10m 폭 8m의 벽에 다양한 군중의 형상을 그려 넣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안무가 이경은 씨도 춤꾼으로 등장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몸으로 풀어놓는다.

오이디푸스 역으로는 국립극장 소속 국립극단의 마지막 작품(‘둥둥 낙랑 둥’) 주연이었던 이상직 씨가 출연해 현대적 고뇌에 빠진 오이디푸스를 연기한다.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예언하는 예언자 티레시아스는 여배우 박정자 씨가 맡는다. 그리스신화 속 최고의 예언자인 티레시아스는 본디 남자였지만 신의 저주로 여자의 몸으로도 살았던 양성적 존재다. 박 씨는 “한태숙 씨가 연출한 ‘에쿠우스’에서 원래 남자인 다이사트 박사 역을 맡았는데 이번에도 남자 역을 주는 걸 보니 내게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적 매력을 발견하는 것 같다. 충분히 기대할 만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이디푸스의 처남이자 삼촌인 크레온 역으로 정동환 씨가, 오이디푸스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요카스테 역으로는 서이숙 씨가 출연해 ‘고곤의 선물’에서 보여준 치열한 연기대결을 다시 펼친다.

한태숙 씨는 “이런 (최고의) 배우와 스태프를 모시고 예술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연출가인 제 몫”이라며 자못 비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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