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 흑 ○는 반드시 살려야 할 돌이지만 지금 당장 움직이는 건 내키지 않는다. 백의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 흑은 31로 좌상 백을 먼저 공략한다.
흑 35로 순순히 받아준 것은 너무 나약한 수는 아닐까. 참고 1도 흑 1로 끊는 수가 실전보다 이득일 것 같다. 흑 9까지 이곳 모양은 당연히 흑이 좋다. 하지만 선수를 빼앗겨 백 10을 당하면 흑 ○가 고사할 수 있다.
백 38 때 흑이 참고 2도 1로 끊는 것도 안 된다. 흑 7부터 수상전이 되는데 ‘귀삼수’로 백이 이긴다.
흑 41, 백 42로 서로 틀을 잡고 백 44, 46으로 근거를 마련한 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 좌상 흑도 미생이지만 백 역시 확실하게 산 건 아니다.
이때 안 2단의 눈엔 백 32의 한 점을 따먹는 것이 매우 유혹적으로 비쳤다. 선악과처럼 탐스럽다. 이 한 점을 잡으면 실리로도 크고 백도 미생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은가. 그는 달콤한 꿈을 꾸며 32를 덥석 베어 물었다. 안 2단은 백 32를 잡으면 백이 ‘가’로 둬 살아가는 진행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바둑판 위에선 인심이 박한 김지석 7단은 백 50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자 좌상 흑이 오히려 곤란에 빠졌다. 안 2단은 백 50을 보고 후회하는 눈빛이 가득하다. 백 32의 선악과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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