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드라마 작가 중 80% 정도는 ‘춤추는 광대’에 불과합니다. 시청률에 연연해 불륜 스토리만 양산하다 보니 작가가 왜 존재하는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어요.”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인촌라운지에서 열린 시청자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두 번째 강의에서 강연자로 나선 이환경 작가(60)는 “역사 드라마는 한국의 통사를 정확하게 담을 수 있어야 한다”며 “작가는 실록과 관련 논문을 연구하고 나름의 사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등 대하 사극과 ‘야인시대’ 같은 선이 굵은 남성 드라마를 주로 집필했다. 그는 “역사만큼은 요즘 유행하는 ‘퓨전’의 놀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자칫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현재 지상파방송사에는 역사 드라마의 내용을 고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지만, 새로 출범하는 종합편성 채널은 다른 것 같다”며 “종편은 지상파방송사처럼 저질 드라마로 경쟁하기보다 정통 역사드라마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10년 동안 강의를 했던 그는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등을 참고했던 자신의 집필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드라마의 역사와 문제점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실록의 행간에는 감춰진 의미가 많다”며 “작가가 공부만 하면 사극의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유주애 씨(19·여)는 “이 작가가 역사를 왜곡하는 드라마는 옳지 않다고 확고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종편 채널을 준비하고 있는 동아일보가 마련한 시청자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총 8회에 걸쳐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마련된다. 19일에는 드라마 ‘황금신부’ ‘사랑이 꽃피는 나무’ 등을 연출한 운군일 감독이 ‘순수멜로 드라마로의 복귀’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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