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여행]29만9000원으로 떠나는 칭다오 페리여행… 눈과 입이 즐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샤오위 산 아래로 펼쳐지는 칭다오. 정면 붉은 기와지붕의 구시가지 오른쪽으로 고층빌딩군의 신시가지가 보인다. 사진 제공 천세리 씨·위동항운
샤오위 산 아래로 펼쳐지는 칭다오. 정면 붉은 기와지붕의 구시가지 오른쪽으로 고층빌딩군의 신시가지가 보인다. 사진 제공 천세리 씨·위동항운
중국 여행이란 게 내게는 그리 쾌적하지 않았다. 어딜 가도 부닥치는 인파, 소음이 난무했던 기억 때문이다. 그래서 배로 칭다오(靑島)를 다녀오는 3박 4일 가이드투어에도 별반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의외로 보람찬 여행이었다. 단돈 29만9000원으로 이렇듯 여유롭게, 한 도시를 두루 살피고 맛있는 음식까지 맛볼 수 있었으니.

일정은 이랬다. 토요일 오후 승선, 밤새 항해하는 배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칭다오를 종일 관광한다. 숙소는 특급호텔. 셋째 날은 반나절 관광한 후 배에 오른다. 인천항 도착은 다음 날(오전 11시)이다.

토요일 오후 5시, 인천∼칭다오를 운항하는 위동페리가 인천 제2국제여객터미널을 떠났다. 제공 객실은 다인실(11∼17인실)로 2층 침대칸 혹은 다다미방이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1인당 4만 원(왕복)만 더 내면 4인실로 업그레이드해 준다.

3만 t급인 이 배는 화물 외에 660명을 태울 정도로 크다. 사우나, 영화관, 노래방, 면세점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식사(한식)도 훌륭했고 좌우상하 배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총평을 하자면 배 여행은 예상보다 쾌적했다. 중국 보따리상인 객실의 소란스러움, 여기저기 널어둔 빨래가 좀 거슬리기는 했어도.

인천과 칭다오 웨이하이 등 산둥 반도를 오가는 위동항운의 화물여객선. 사진 제공 천세리 씨·위동항운
인천과 칭다오 웨이하이 등 산둥 반도를 오가는 위동항운의 화물여객선. 사진 제공 천세리 씨·위동항운
배는 아침 일찍 칭다오 항에 정박했다. 칭다오는 산둥(山東) 성 동부의 국제무역항으로 경기 평택시와 마주한 위치. 원래는 작은 어항이었지만 청나라 말인 1891년 군항이 건설되면서 역사에 등장했다. 칭다오를 ‘중국 속 유럽’으로 불리게 만든 이곳의 유럽 건축물은 청일전쟁 후 산둥반도를 대륙 진출 기반으로 삼으려던 제국주의 독일이 칭다오를 조차해 영토처럼 지배한 역사의 산물이다. 칭다오의 랜드마크인 칭다오맥주도 그 유산이다.

일단 맥주공장부터 찾았다. 맥주 역사가 곧 칭다오 역사였다. 여과 전의 텁텁한 맥주를 여과된 상큼한 맥주와 비교 시음하는 기회도 가졌다. 지난 1세기 칭다오의 중심지였던 구(舊)도시가 조망되는 샤오위(小魚) 산 공원, 1897년 독일 조차지 당시의 독일총독관저도 들렀다. 꽃과 나무가 빽빽한 팔대관 별장구는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서구건축 양식의 별장 200여 채가 죽 늘어선 곳. 주말이면 예비부부의 웨딩 촬영지로 각광받는다는데 그날도 수백 쌍이 턱시도와 드레스 차림으로 촬영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칭다오 일반식당의 산둥요리 상차림.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칭다오 일반식당의 산둥요리 상차림.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식도락은 칭다오 여행의 덤. 식사 때마다 요리가 열두 개 이상 올랐다. 산둥 요리는 담백한 편이라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다. 양고기 꼬치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한 꼬치에 1위안(약 180원)인데 칭다오 맥주(6위안)와 먹기 좋았다. 두 사람이 배불리 먹어도 우리 돈 1만 원을 넘기지 않았다. 20달러를 받는 발마사지(패키지에 포함)도 중국여행길의 참새 방앗간이다.

사흘째 오전. 1892년 칭다오에 건설된 최초의 부두 ‘잔교’를 찾았다. 칭다오맥주의 상표에도 등장하는 그곳이다. 마지막 코스는 쇼핑. 장소는 그 유명한 지모루 시장이었다. ‘짝퉁천국’ 중국에서도 품질만은 최고라고 소문난 ‘명품 짝퉁’ 명소인데 국내에서 보지 못한 내년 S/S(봄여름)시즌 신상품 가방이 나를 놀라게 했다. 신상품은 가격도 만만치 않다.

오후 3시, 귀국선 편의 승선이 개시됐다. 다시 1박 일정의 배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30시간의 칭다오 체류, 두 번의 선상숙식. 짧게만 느껴지는 여행이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온 가족(4인 119만6000원)이 함께 떠나면 모처럼 배 안에서 이야기꽃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비행기 여행보다 여유로운 배 여행. 칭다오 가이드투어를 통해 새롭게 보게 됐다.

○ 여행정보

◇위동페리 칭다오 패키지(3박 4일) ▽가격=29만9000원(승선권+호텔 1박 1식+현지 3식+가이드투어+유류할증료 및 부두세). 비자 발급비(2만5000원)는 별도. ▽특징=노 팁, 노 옵션 ▽출발=매주 토요일. ▽예약=여행박사(www.tourbaksa.co.kr). 4박 5일(자유여행 하루포함) 상품도 있다. △서울=070-7017-2100 △부산 070-7012-7000 △대구=053-421-9989 △전주=070-7010-6561 △대전=042-471-4770 △포항=054-272-6160 ◇위동페리 ▽홈페이지=www.weidong.com ▽문의=032-777-0490

천세리 자유기고 여행작가 seri1000@empas.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