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동아미술제 전시기획 당선작…‘당신과 나의 삶이 이항할때’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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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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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자적 삶, 그 이채로움

2010 동아미술제의 전시기획공모 당선작 전시에서 선보인 톰 리의 작품. 사진 제공 일민미술관
2010 동아미술제의 전시기획공모 당선작 전시에서 선보인 톰 리의 작품. 사진 제공 일민미술관
수학의 방정식에서 ‘이항(transposition)’이란 한 변에 있는 항을 다른 변으로 옮겨가는 것을 말한다. 이때 +는 ―로, ―는 +로 부호가 바뀐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10월 10일까지 열리는 ‘2010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 당선작 전시 ‘당신과 나의 삶이 이항할 때’는 ‘이항’의 의미를 우리 삶에 적용한 작품과 만나는 자리다.

홍익대 조각과 졸업 이후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독립큐레이터 황진영 씨는 탄탄한 역량을 가진 젊은 작가들로 동시대의 단면을 예리하게 짚어낸 전시를 구성했다. 그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공항에 내리는 순간 내 생각의 세팅이 도착지에 맞게 달라지는 것을 깨달았다”며 “새로운 경험 속에서 ‘나’라는 주체가 객체로 바뀌는 모습을 부각하려 했다”고 말했다. 디아스포라나 이민과 달리 젊은 세대는 자유롭게 이동의 삶을 선택하며 떠나온 장소나 새로운 장소 그 어느 쪽에도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자적 위치를 즐기는 방식을 회화 설치 조각 영상으로 보여준다.

로버트 리는 치즈볼과 콘크리트 알갱이를 가득 채운 유리병처럼 일상에서 흔히 보는 재료로 정체를 알기 힘든 도구나 작품을 만든다. 콘크리트가 과자를 서서히 짓누르면서 둘을 가르는 경계선이 무너지고 알갱이엔 기름이 배어든다. 서로에게 이항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생기는 과정을 보여준 작업이다. 박경근의 ‘청계천 메들리’는 완성도 높은 영상작품으로 자전적 경험과 개발시대를 거쳐 온 한국인의 집단 경험을 조합한다.

한국의 풍속화와 현대적 이미지를 뒤섞은 톰 리의 회화는 이미지의 충돌에서 오는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향을 사용해 뉴욕과 서울의 풍경을 만든 박지현의 조각, 풍납토성과 고층건물이 공존하는 풍경을 그려낸 김지은의 테이프 드로잉도 볼 수 있다. 우리 앞에 주어진 낯설고 새로운 감각적 경험에 마음을 열도록 이끄는 전시다. 무료. 02-2020-206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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