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마음의 가려운 곳 살살 긁는 ‘뜨거운 속삭임’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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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 …연출 ★★★☆ 연기 ★★★★ 노래 ★★★★ 춤 ★★★☆
‘록키호러쇼’는 양성애자 외계인인 프랭크박사 역으로 흑인 배우인 후안 잭슨을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이며 원작의 엽기성을 강화했다. 사진 제공 쇼드림컴퍼니
코르셋과 가터벨트, 망사 스타킹, 킬힐로 중무장한 근육질의 남성(프랭크)이 가운을 훌러덩 벗어던지자 여성 관객들은 일제히 “와아∼” 환호성을 질렀다. 혀를 날름거릴 때는 “꺄악∼” 하고 자지러지는 소리가, “오∼” 하고 요염하게 교태를 부릴 때는 “호호” 하는 웃음이 났다. 여장 남성이 여성들에게서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을 줄이야.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뮤지컬 ‘록키호러쇼’(연출 크리스토퍼 루스콤비)는 기괴한 성(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성(性) 얘기다. 약혼한 남녀가 타고 가던 자동차가 고장나면서 찾아가게 된 성은 성적으로 문란한 외계인과 창조물들이 사는 곳. 한데 모인 이들은 동성과 이성 간에 서로 바람까지 피우며 뜨거운 밤을 보낸다.

1973년 영국 런던의 60석짜리 소극장에서 초연한 이 황당무계한 성적 판타지물은 현재 세계 60개 프로덕션을 두고 38년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는 2001년 이후 6차례 라이선스 공연이 열렸고, 홍록기의 탱탱한 뒤태가 상징처럼 각인됐다. 오리지널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7월엔 호주에서 원작자인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참여한 오디션이 열렸다. 호주와 영국 등에서 모인 배우들은 이 뮤지컬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노래와 연기, 춤에서 크게 흠잡을 곳은 없었다. 흑인 최초로 프랭크 역을 맡았다는 후안 잭슨이 여성 팬들의 환호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며 수줍게 인사할 때는 분명한 매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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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극 중간에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 역을 한국 배우(홍석천)에게 맡겼지만 영어와 자막, 한국어가 혼용되다보니 되레 복잡했다. 대사를 외우지 못해 일부는 대본을 보며 연기하기도 했다.

난잡하고 야한 장면이 이어질수록 관객들은 묘한 공감에 빠져들었다. “스스로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범죄가 아니야” “꿈을 꾸지 말고 실천하라”는 프랭크의 속삭임은 악마의 속삭임 같지만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느낌도 있다. 일부 관객은 공연 후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키스 마크를 찍는 이벤트에 참여했다. 기자도 참여해봤다. 유쾌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6만6000∼11만 원. 10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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