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잔]‘식전’ 펴낸 장인용 지호출판 대표

동아일보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0-09-1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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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감자 들어오기전엔…된장찌개 맛 뭘로 냈을까
요리사가 꿈이었던 장인용 씨(53·사진)는 언젠가부터 매일 마주하는 밥과 반찬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김치나 된장찌개는 언제부터 이런 모습이었을까.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관습일까 본능일까.

대개의 어릴 적 꿈이 딴 길로 흐르듯 저자도 요리사가 되지는 못하고 출판사 사장이 됐다. 그렇지만 20여 년간 호기심으로 읽어온 음식 관련 지식들은 ‘외출’을 원했다. 자신이 직접 출판을 하기는 낯이 부끄러워 동료 출판인의 손을 빌려 ‘식전(食傳)’ (뿌리와이파리)을 펴냈다. 역사와 문화가 배어 있는 밥상 위 음식들의 역사와 의미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책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이에는 항상 음식이 있습니다. 친구나 가족을 만날 때는 물론이고 죽은 사람과 만날 때도 음식이 함께하지요. 요즘 사람들은 그런 음식의 성분에는 신경을 써도 그 의미에 대해선 소홀히 하는 것 같아서요.” 책을 쓴 배경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우리가 매일 먹는 밥과 반찬이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상당히 많이 변해 왔다고 말한다. 김치나 된장찌개는 전통음식으로 우리에게 각인돼 있지만 조금만 추적해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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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들어가는 고추가 임진왜란(1592년) 이후에 도입됐다는 것이 정설이지요. 그런데 고추보다 도입이 더 늦은 것이 배추였습니다. 김치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결구배추는 1906년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권업모범장에서 보급하면서 퍼졌으니 100여 년 역사에 불과한 셈입니다.”

마른 멸치로 국물 맛을 내고 감자와 호박 등의 채소와 두부가 들어가는 된장찌개도 100여 년만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과 그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두부는 고려 말부터 쓰였지만 호박(18, 19세기) 감자(19세기 중반)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일천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18세기 영조 때 발행된 ‘증보산림경제’에 된장찌개의 원형으로 볼 만한 ‘아욱갱’의 요리법이 “아욱에 마른 새우를 넣고 장에 끓인다”고 간단히 나온다고 소개했다.

그는 “육류와 채소를 육수에 볶아먹는 일본의 ‘스키야키’도 원래는 해산물과 채소로 된 음식이었는데 메이지 정권이 육류 섭취를 권장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됐다”며 “1세기를 못 사는 개인의 일생에서는 음식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늘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것은 전통이 깊어 아주 훌륭한 것’이라는 최면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한식의 세계화 전략을 짤 때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서양음식이나 일본음식을 먹으면서 그들의 전통이나 문화가 우월하다는 인식을 갖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한식을 그렇게 대할 것”이라며 “문화적 우월주의를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밥(음식)의 의미는 뭘까. 그는 “동질성의 확인”이라고 말했다. 고향 사람들끼리 고향 음식 얘기를 할 때 신이 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람들은 항상 음식을 통해 교감합니다. 식구(食口)끼리는 물론이고 애인이나 친구를 사귈 때도 마찬가지죠. 직장의 회식(會食)도 그 의미가 다르지 않지요. 추석 때 음식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겠지요.”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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