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묵직한 메시지, 세련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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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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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중국-인도 미디어아트전

중국 활극의 영상을 미디어 작품에 접목한 왕젠웨이 씨의 ‘날고 있는 새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진 제공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중국 활극의 영상을 미디어 작품에 접목한 왕젠웨이 씨의 ‘날고 있는 새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진 제공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한때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던 의류공장에 정적만 흐른다. 공장은 가동을 멈추었고, 노동자들이 세월의 흔적이 담긴 얼굴로 옛 일터를 다시 찾는다. 예전의 분주했던 작업 현장을 담은 다큐 화면과 훗날 촬영한 텅 빈 공장의 영상이 교차하며 늙고 잊혀진 존재로 남은 공장과 사람의 존재를 대비시킨다.(대만 작가 천제런의 ‘공장’)

흑백 스크린 속에서 몸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여성이 새처럼 비상을 꿈꾸며 옷을 벗은 채 날갯짓을 해댄다. 물론 육중한 몸매의 여자는 중력의 힘에 이끌려 바닥으로 추락을 거듭하며 씁쓸한 희비극을 연출한다.(인도 작가 소니아 쿠라나의 ‘새’)

이들은 충남 천안시 신부동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이 마련한 ‘부유하는 시간의 무게’전에서 선보인 미디어 아트 작업이다. 전시는 비연속적이고 불확정한 시간과 공간의 속내를 미디어로 재해석한 중국과 인도 작가 7명의 비디오 사진 드로잉 30여 점을 소개한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와 세련된 이미지가 어우러진 작품을 볼 수 있다.

단순한 영상 전시를 넘어 미디어 아트의 진화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도와 파키스탄 전쟁이 여성에게 남긴 상처를 소재로 드로잉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하거나(실파 굽타), 물과 소금, 바닥과 천장을 아우르는 화면으로 구성된 대형 비디오 설치작품(날리니 말라니), 수묵화 같은 배경이 등장해 회화와 비디오에 대한 경계를 탐색한 작품(란비르 칼레카)이 있다. 중국 활극 같은 영상의 차용(왕젠웨이), 실재와 가상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초현실적 애니메이션 비디오(예링한) 등 작품마다 개성이 돋보인다. 15일까지. 041-551-5100

천안=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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