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20>信而後에 諫이니 未信則以爲謗己也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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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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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子張’의 제10장에서 子夏는 위정자가 백성을 수고롭게 하려면 백성들의 신임을 먼저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서 사대부들이 군주에게 간언을 하려면 군주의 신임을 먼저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도 나왔듯이 信이란 誠意(성의)가 懇曲(간곡)하여 남이 믿어줌이다. 諫이란 直言과 禮義를 가지고 남을 바로잡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사대부가 군주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을 가리킨다. 未信은 피동의 구문으로, 주어는 군주다. 以爲는 ‘∼라고 여긴다’로 주어를 생략했다. 謗己는 자기를 誹謗(비방)한다는 말이다.

자하는 위정자가 백성을 부리거나 윗사람을 섬길 때 자신의 誠意가 믿음을 산 뒤에야 일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위정자가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군주의 신뢰를 얻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한비자는 ‘說難(세난)’편을 작성해서 군주 설득의 어려움을 여러 각도에서 말했다.

逆鱗(역린)이란 말도 거기에 나온다.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솟아 있는 비늘을 역린이라 하는데 이것을 건드리면 용이 화를 내어 사람을 죽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군주의 노여움을 사서 큰 화를 입게 되는 일을 영鱗(영린) 혹은 批鱗(비린)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은 역린을 건드리면서까지 간언을 서슴지 않았으나 그 결과 큰 고통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憲問(헌문)’의 賢者(벽,피)世章(현자피세장)에서 공자는 간언을 해도 군주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조정을 떠나라고 했으니 정치의 장에서 간언이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간언이 통하려면 정치가의 誠意와 최고 권력자의 현명함은 물론이고 상호 신의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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