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끝내 칼을 뽑지 않다

  • Array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4국 9보(123∼145) 덤 6집 반 각 3시간

흑은 상변 패를 내버려두고 흑 23부터 중앙 백말을 다시 건드린다. 유리한 상황에서 패가 나면 대개 성가신 법이다. 상변 패는 한 수로 해결하기 힘들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이 패를 이기려고 하면 일만 복잡해진다.

흑 23이 오자 백 대마의 생사가 불투명해졌다. 사실 백은 이전에 중앙 백을 보강했어야 했다. 다만 가일수하기엔 형세에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이창호 9단은 백 28을 보더니 다시 생각에 잠긴다. 드디어 칼을 뽑아 백대마를 잡으러 가나 싶었다. 이곳 수읽기는 간단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참고도 흑 1. 백 2에 흑 3으로 두면 쉽게 백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9단은 129로 패를 이어 분란을 없앤다. 백 30 때도 참고도 수순을 밟으면 마찬가지. 이번에도 이 9단은 흑 31로 가장 안전한 길을 택했다. 그 사이 백은 32, 36으로 대마를 살렸다. 흑은 37로 젖혀 백 ○ 넉 점을 잡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 9단이 과연 참고도를 보지 못했을까. 아니다. 이처럼 쉬운 수순은 1초 만에 읽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 9단이 끝끝내 칼을 뽑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백의 묘수로 되치기당하는 걸 겁낸 건 아닐까. 하지만 참고도에는 변화의 여지가 없다. 이 9단이 불필요한 살상을 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흑 45를 보고 홍 4단이 돌을 던졌다. 반면 15집 차이.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