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완급 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 이창호 9단 ● 홍기표 4단
결승 5번기 3국 총보(1∼180) 덤 6집 반 각 3시간

무엇이 부족했을까. 결승 2국에서 완승을 거뒀던 홍기표 4단은 3국에서 완패했다. 홍 4단은 3국에서 한 번도 우세했던 적이 없었다.

결승전과 같은 큰 승부에서 최강 이창호 9단을 상대한다는 부담감이 컸을까. 이 바둑을 보면 이 9단을 상대로 설렁설렁 둘 수 없다는 의지가 과했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대목에서 홍 4단은 강하게 버텼다. 물론 도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자세지만 그 완급 조절까지는 터득하지 못했다. 경우에 따라선 평범하고 상식적으로 두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승부가 갈린 곳은 하변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이 장면에서 흑 1은 가장 간명한 수. 홍 4단이 흑 1을 택하지 않은 것은 백 2, 4로 하변에 백 집이 크게 생기는 것을 꺼렸기 때문. 하지만 흑 7까지 중앙을 두텁게 하고 9에 뒀으면 여전히 해볼 만한 형세였다.

실전에선 흑 87의 맥을 구사하며 하변에서 살았다. 실리 면에선 컸지만 중앙이 전체적으로 엷어져 주도권을 백에게 넘겨줬다. 특히 좌변에서 흘러나온 말과 상변 흑 대마가 양곤마로 변해 중반 내내 시달렸다. 결국 두 대마는 서로 연결하며 살았지만 그 대가로 큼지막했던 우변 흑 집이 초토화되고 말았다.

152·166…142, 157·168…145. 소비 시간 백 2시간 58분, 흑 2시간 59분. 180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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