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갔습니다. 바람은 약간 찼지만 완연한 봄날이었죠. 한강에는 수많은 햇살이 찰랑대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요. 윤중로 벚꽃길을 거니는 연인들, 노란색 2인용 자전거를 함께 탄 젊은 아빠와 꼬마, 과자 한 봉지를 오물오물 나눠 먹는 엄마와 세 남매, 텐트를 치고 휴대기기로 동영상을 즐기는 친구들…. 하나하나 모두 행복한 풍경이었습니다.
친구와 김밥을 나눠 먹고 노닥노닥 잡담하며 걸었습니다. 한강에서 벌써 윈드서핑, 제트스키를 즐기는 이들을 구경했고 작은 언덕에 핀 노란 민들레도 만났지요.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시작해 유람선 나루터를 지나 여의도중학교, 여의도고등학교 사이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친구의 농담에 모처럼 크게 ‘하하하’ 웃기도 했고요.
이달 초 제주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세어 보니 다섯 번째 방문이었어요. 그간 제주의 이름 난 관광지를 여러 곳 가봤지만 이번에 찾았던 저지오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곳은 시골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곳이었어요. 서울로 돌아온 뒤 저지오름이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았는데요. 상 받을 만한 곳, 맞습니다.
‘오름 가는 길 정상 1350m’ 팻말을 지나 묵묵히 걷기만 하면 됩니다. 소박한 길을 따라 20∼30분쯤 걸으면 광활한 제주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지요. 그곳을 오르기 전에 저는 살짝 골이 난 상태였는데요, 풀 향기, 새소리, 울창한 숲과 흙길이 마음을 다독여줬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저지리 마을에 산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한참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 자주 오세요?” “아이고, 가까운데도 자주 못 와요. 요새 몸이 안 좋아서 좀 움직여보려고 왔지.” 전 이런 풍광을 1년에 두서너 번이나 누릴까 말까 한지라 오래오래 보고 휴대전화 속에도 꾹꾹 눌러 담아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까운 한강시민공원도 제대로 걸어본 게 언제인가 싶더군요.
주절주절 말이 길었지만 독자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서 좋은 사람과 함께 나란히 걸으면서 이 찬란한 봄날을 만끽하시라는 거예요.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도 가뿐해집니다. 차 타고 지나가면 결코 볼 수 없는 작은 것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주 걷다 보니 이제는 자전거 페달도 힘차게 밟아보고, 가벼운 조깅도 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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