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순하고 행실바른 李箱 학생 건축과 63명중 졸업성적 1등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권영민교수, 시인의 경성고등공업 시절 학적부 공개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 이상(1910∼1937·사진)은 시인이자 소설가였으며 한때 화가를 꿈꾼 건축학도이기도 했다. 요절한 이 천재 시인의 학창시절 면모는 어땠을까.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재학 당시 그는 167cm의 키에 체중 51kg의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청년이었으며 학창시절 내내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이상 연구자인 권영민 서울대 교수가 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월간 ‘문학사상’ 최근호에 관련 특집을 꾸리고 이상이 경성고등공업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의 학적부 원본을 공개했다. 학적부에 따르면 이상은 건축과 63명 중 입학시험 성적이 23등이었으며 졸업성적은 1등이었다. 수학, 응용역학, 위생공학 등 일부 과목 성적이 ‘을’(70점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갑’(80∼90점대)이었다. 인물에 대한 평가에는 ‘성격이 온순하고 행실이 바르다’고 기록됐다. 3년 동안 결석일수는 5일. 1학년 때는 개근했다.

사진 제공 문학사상사
사진 제공 문학사상사
이번 특집에는 학적부 외에 졸업사진 사진첩 등도 수록했다. 이상은 자신의 졸업사진 사진첩에 “보고도 모르는 것을 曝露(폭로)식혀라! 그것은 發明(발명)보다도 發見(발견)! 거기에도 努力(노력)은 必要(필요)하다 李箱(이상)”이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권 교수는 “이상이란 필명은 그가 조선총독부 건축기사 시절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성고등공업학교 시절부터 이미 사용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이상의 고등학교 졸업 무렵 생활상을 보여주는 조선인 동기생 김희영 씨의 일기 일부도 공개됐다. 일기에서 이상은 본명인 ‘김해경’ 또는 ‘김해 군’으로 지칭되며 조선인 동기생들이 함께 앨범 사진을 찍기 위해 낙산 등을 돌아다닌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새 자료로 보는 이상의 출생과 성장과정’이란 글에서 이상의 아버지 김영창 씨의 제적등본을 공개하는 등 그간 불명확했던 이상의 가족관계를 정리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