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관련 日 고문서 알아야 바르게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 17, 18세기 막부-돗토리현 오간 문서 번역한 비교문학자 권정 교수
“당시 日중앙 - 지방 관료들
독도를 자기 영토로 안 여겨”

“독도와 관련된 일본의 고문서를 우리가 직접 연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인용해도 반박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배재대 권정 교수(비교문학·사진)가 17, 18세기 일본 한자문으로 기록된 돗토리(鳥取) 현의 ‘초록어용인일기(抄錄御用人日記)’를 최근 편역했다. 당시 일본어는 한자의 음과 훈을 이용한 표기 방식이 현 일본어와 달라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해석이 가능하다.

‘어용인일기’는 1670∼1779년 약 110년간 돗토리 현과 에도 막부 간에 오간 문서를 돗토리 현의 어용인(비서관)이 정리한 기록이다. 초록어용인일기는 이 중에서 돗토리현박물관이 울릉도 및 독도와 관련된 부분을 별도로 간추린 것이다. 이 일기에는 안용복이 1693년 일본에 납치된 사건과 1696년 그 사건의 책임을 묻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던 17일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어용인일기는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일 간의 논쟁 때 자주 인용되는 문헌이지만 지금까지 한국 측에서는 일본인들이 현대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참조해 왔다.

권 교수는 이 책에서 단순히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설을 통해 다른 일본 고문헌에 나와 있는 사안이나 학계가 연구해야 할 사안을 짚고 있다. 예컨대 안용복 일행은 일본에 납치됐지만 돌아올 때는 무사들의 호위를 받을 정도로 대접을 받는데,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신화집인 고사기(古事記)도 번역(2007년)한 바 있는 권 교수는 독도의 역사적 영유권 논쟁 때 숙종실록에 있는 안용복에 관한 기록을 더 풍성하게 연구해보자는 차원에서 일본 고문서를 직접 번역하게 됐다. 그는 “1693년 자국의 어부들이 안용복 일행을 납치한 사건을 조사하던 에도 막부와 돗토리 현의 관료들은 모두 울릉도와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돗토리 현이 안용복의 처벌을 막부에 건의하는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앞으로도 독도 관련 일본 고문서를 번역할 예정이다. 그는 “당시 안용복의 송환 업무를 담당했던 쓰시마 현의 기록물 모음집인 ‘죽도기사(竹島紀事)’를 번역하고 있다”며 “문학전공자의 번역물이 역사학자들의 엄밀한 학술적 연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