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250km 걷는 사막레이스… 팔 떼내고 싶던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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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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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대회 완주기 펴낸 김효정 씨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김효정 지음/312쪽·1만3000원·일리

이 여자 대단하다.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래머다. 여성으로는 한국 최초이고 세계에서도 세 번째다. 2003년 4월 모로코 사하라, 2005년 4월 중국 고비, 2006년 7월 칠레 아타카마, 2007년 10월 이집트 사하라 사막, 2008년 11월 남극까지 다섯 번의 사막 레이스를 완주했다. 그랜드슬래머가 되려면 고비, 아타카마, 사하라, 남극을 지나야 한다.

직업은 영화 프로듀서다. ‘무사’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을 제작했다. 그가 극한의 레이스에 빠진 계기는 2000년 여름 ‘무사’ 촬영을 위해 중국 중웨이(中衛) 사막에 간 것이다. 늦은 밤 촬영을 마치고 사막에 몸을 뉘었더니 별빛이 눈에 쏟아졌다. 눈물이 쏟아졌다.

2년 가까이 새벽 수영으로 체력을 다졌다. 온종일 배낭을 메고 촬영현장을 누비며 무거운 배낭 무게에 적응했다. 2003년 첫 도전에 나서 발에 23개의 물집이 잡혔지만 671명 중 626위로 완주했다.

2005년 4월 중국 고비를 걷는 저자 김효정 씨. 사진 제공 일리
2005년 4월 중국 고비를 걷는 저자 김효정 씨. 사진 제공 일리
대부분의 레이스에는 6박 7일 동안 하루 40여 km씩 모두 250km을 걷는다. 저자는 “초보 때는 하루 10∼12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19일 만난 저자는 165cm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저자는 사막 레이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체력을 기르려면 수영이든 달리기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막에서 극한의 순간에는 팔을 떼어 내고 싶은 적도 있었다. 팔 운동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빠져 사막 횡단을 꿈꿔왔다”며 “사막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사막은 꽃과 전갈, 도마뱀 등 수많은 생명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막에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도전 의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제 사막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가슴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그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는 “아직 마음을 흔들 뭔가를 찾지는 못했다”며 “그걸 찾으면 어디든 주저 없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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