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할리우드 덧칠 벗은 ‘순수한 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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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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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연주 말러의 ‘대지의 노래’
오케스트라 ★★★★ 솔리스트 가창 ★★★☆

4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시향 협연으로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연주한 테너 사이먼 오닐(왼쪽), 지휘자 성시연(가운데), 메조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 씨가 관객의 갈채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4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시향 협연으로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연주한 테너 사이먼 오닐(왼쪽), 지휘자 성시연(가운데), 메조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 씨가 관객의 갈채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할리우드 볼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지낸 존 모체리는 “오늘날의 말러 열풍에는 할리우드가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말러의 음악어법을 이어받은 코른골트 등 후배 작곡가들이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할리우드로 진출했고, 그들의 영향으로 말러의 음악적 특징이 미국 영화음악에 흘러들어갔으며, 이를 통해 말러의 ‘음악적 유전자’에 친숙해진 세대가 말러에 열광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말러의 작품 중에서 어느 것이 특히 할리우드 음악을 느끼게 할까? ‘교향적 가곡집’ 또는 ‘가곡적 교향곡’으로 불리는 ‘대지의 노래’를 그중 하나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덧없이 떠도는 이국적 색채의 현과 목관의 장식적 악구, 첼레스타나 만돌린을 포함한 색다른 음색 효과는 어떤 영화음악 못지않게 ‘20세기 풍’으로 회화적이다.

4일 예술의 전당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부지휘자 성시연 씨의 지휘로 이 작품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는 신세대 지휘자들 사이에서 최근 주요 경향을 이루는 이 작품의 영화음악적 해석에서 일정 부분 거리를 둔 연주였다. 마지막 악장 ‘고별’에서 중고음역의 현이 한없이 부유하는 ‘all¨uberall(어디서나)’ 부분은 최근 젊은 지휘자들이 현의 열도를 더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음색으로 포장하곤 한다. 그러나 이날 연주에서 성시연 씨는 현의 에너지를 일정한 수준에서 묶어 깔끔하게 꾸려냄으로써 한층 고전적이고 실내악적인 음색을 선보였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만돌린과 첼레스타의 이국적 음향도 두드러지지 않게 해석했다.

성악가 두 사람이 한 악장씩 번갈아 솔로를 맡는 이 작품에서 메조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의 깔끔한 노래결에 비해 테너 사이먼 오닐의 가창은 단조로웠다. 바그너 테너로 유명한 르네 콜로의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음색을 가졌지만 중저음역에서 콜로와 같은 윤택함은 찾기 힘들었다. 첫 악장 ‘현세의 비탄에 대한 주가(酒歌)’에서는 하향음형의 단2도와 장2도의 표현이 선명한 명암대비를 드러내야 하는데 오닐은 음색과 음정에서 분명한 대비를 나타내지 못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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