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뉴스 하루 5회일 때 15회 방송 동아방송은 방송저널리즘 선두주자”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21일 03시 00분


동아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유쾌한 응접실’의 녹화 현장. 전영우 아나운서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격조 높은 토크쇼로 전국 프로그램 청취율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아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유쾌한 응접실’의 녹화 현장. 전영우 아나운서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격조 높은 토크쇼로 전국 프로그램 청취율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최창봉 방송인회 이사장, 동아방송 일화 수록 자서전 발간

한국 최초의 TV 방송국이었던 KORCAD(Korea RCA Distributor·한국RCA배급회사) TV 프로듀서로 방송 생활을 시작해 동아방송, KBS, MBC를 거친 최창봉 한국방송인회 이사장(85)이 자서전 ‘방송과 나’(동아일보사·사진)를 최근 펴냈다. ‘한국 방송의 산증인’인 그는 이 책에서 초창기 열악한 국내 TV 프로그램 제작환경에서 고군분투한 이야기와 동아방송 국장대리, KBS 부사장, MBC 사장을 지내며 겪은 일들을 회고했다.

젊은 시절 최 이사장의 관심은 ‘연극’에 있었다. 1955년 고려대 졸업 후 고려대 극회 회원들과 함께한 연극 ‘에바 스미스의 죽음’에서 연출을 맡았고, 이듬해 국내 최초의 동인제 극단인 ‘제작극회’를 만들었다.

1964년 ‘앵무새 사건’ 관련 구속
감방서 군사법정 다녀올 땐
철창 곳곳서 “동아방송 만세” 응원


1956년 미국 RCA 한국 대리점이 설립한 KORCAD TV에 입사하면서 그는 방송계에 발을 내딛었다. 이 회사가 경영난과 화재로 문을 닫자 1961년 개국한 KBS TV로 옮겨 편성과장으로 일하다가 1963년 동아방송 개국 멤버로 참여했다.

그는 동아방송이 ‘방송 저널리즘을 확립한 선두주자’였다고 강조했다. 다른 방송사들이 개국 초기 하루에 5회 정도 뉴스를 내보냈던 것과 달리 동아방송은 초창기부터 매일 15회 뉴스를 내보냈고 나중에는 18회로 늘렸다. 당시 동아방송은 출근시간인 오전 7시대에 그날 하루를 지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소개한 ‘아빠 다녀오세요’와 ‘이거 되겠습니까’, 한국 최초의 DJ 최동욱 씨가 진행한 ‘탑튠쇼’, 토크쇼의 원조라 할 만한 ‘유쾌한 응접실’ 등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청취율도 선두를 달렸다. 1964년 2월 공보부 조사에서 동아방송 청취율은 청취 가능지역이 제한됐음에도 33.5%로 전국에 방송망이 있는 KBS의 39.8%에 근접했다. 청취 가능지역에서는 타 방송국을 압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64년 동아방송 라디오칼럼 ‘앵무새’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최 이사장을 포함해 간부 6명이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앵무새 사건’에 대해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서대문교도소에는 6·3사태와 관련해 여러 정치인과 김지하 시인 등이 들어와 있었다. 동아방송 일행이 용산 육군본부의 군법회의나 공판에 나갔다 들어올 때는 여기저기 감방에서 철창문 사이로 손을 흔들며 많은 사람이 ‘동아방송 만세!’를 외쳤다.”

1980년 동아방송이 강제 폐방된 데 대해서는 “동아에 몸담았던 모든 방송사원은 영광과 시련을 같이했던 동아의 옛날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정치권력과 기업으로부터 독립돼 오로지 방송의 정도를 걸어왔던 동아방송의 전통을 이어갈 디지털 신 동아방송의 출현이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정부의 요청으로 1971년 KBS 중앙방송국장으로 부임한 그는 1973년 KBS 부사장에 취임했다. 1976년에는 문화예술진흥원 사무총장으로 취임해 문예극장 설립, 대한민국 연극제 창설 등을 주도했다.

1989년 MBC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재임기간 4년이 “인생에서 제일 험하고 긴 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경영진과 노조가 충돌하면서 파업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1993년 MBC 사장을 끝으로 37년간 몸담았던 방송 현장을 떠난 그는 “방송 현장은 늘 흥분과 환희의 뜨거운 열기에 휩싸이곤 한다. 이 같은 열기와 방송인들의 열정은 여러 장애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회고했다. ‘방송과 나’ 출판기념회는 25일 오후 6시 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기획영상 = [논평] “동아방송은 강제 폐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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