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동아연극상]“이야기 틀만 잡아놓고 배우들과 완성시켰죠”

  • 동아일보

작품상-연출상 수상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

“희곡상을 두 번 받을 때도 기뻤지만 연출상을 받게 되니 연극미학에 대한 가치랄까, 방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대표(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사진)는 “극작이나 연출 어느 한 부문만 수상해도 영광인데 연출부문까지 상을 받게 돼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극작과 연출을 병행해온 박 대표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연습하면서 희곡을 완성해 가기로 유명하다. 그는 “극작가로 전문적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 틀만 잡아놓고 배우들과의 공동작업으로 완성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온갖 사랑을 받으며 자란 외아들인 내가 진실로 애통한가’를 자문해 봤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자각이 ‘너무 놀라지 마라’의 출발점이 됐다”며 “사람들이 너무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했다”고 토로했다.

그에게 “이번 작품으로 희곡상과 연출상을 동시 석권해 대상까지 노려볼 만했지만 ‘경숙이, 경숙아버지’ 같은 전작과 큰 차별성을 못 보여줬다는 이유로 아깝게 놓쳤다”는 심사 뒷이야기를 귀띔했다. 연극계에서 ‘인간미 넘치는 연출가’로 손꼽히는 그는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눈이 정확했다”며 “가족이란 한계 내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약간 비틀어온 것을 크게 확장시키지는 못했다”고 수긍했다.

그는 이처럼 소극장연극에 주력해온 자기 연극의 토대와 한계를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섣불리 스타일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당분간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4월 국립극단 배우들과 공연할 ‘김영덕전’도 이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연극배우이자 연출가로 제가 존경했던 고 김영덕 선생의 실명과 캐릭터를 가져왔습니다. 세상을 구원하겠다면서 만삭의 아내를 끌고 다니며 좌충우돌하는 ‘황야의 사나이’를 형상화해 보겠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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