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지서 조선시대 제방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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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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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낙동강 둔치 길이 725m 확인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 중 한 곳인 경남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낙동강 둔치에서 조선시대 제방이 발견됐다. 이번에 발굴된 제방은 폭 5m, 높이 2m로 강을 따라 725m까지 이어졌다. 제방 안쪽에서는 경작 유구(밭이 있던 흔적)가 나왔다.

문화재 조사 전문 기관인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9일 오후 증산리 현장에서 발굴조사 지도위원회를 열고 “이번 발굴은 4대강 사업지 유물 발굴지역 가운데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첫 발견”으로 평가했다. 이 자리에는 지건길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 위원장 등 5명의 지도위원이 참여해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발굴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등 4개 기관은 이 지역 202만 m²를 구역별로 나눠 9월 28일부터 발굴조사를 벌였다.

신용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장은 “제방은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 기록된 황산언(黃山堰)으로 보인다”며 “황산언은 당시 인근 교통의 중심지였던 황산역의 시설물과 마위답(馬位沓·역마를 기르는 데 필요한 경비 조달을 위해 이용된 논)을 강의 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정조실록 권35 16년(1792) 9월 15일조에는 ‘양산 지역에 분포하는 제언은 읍언(邑堰), 황산언, 도언(島堰) 3개소가 있으며 수해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제방은 1792년 이전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지도인 양산군읍지도(梁山郡邑地圖)와 양산읍지(梁山邑誌)에 표시된 황산언의 위치도 발굴 현장의 위치와 일치한다.

이 밖에 발굴 현장에서는 신라 말과 고려 초, 고려, 조선 전기의 3개 문화층이 확인됐고 다수의 건물 흔적과 도자기 조각이 나왔다.

제방 발견 지역은 생태수로와 산책로 등이 조성될 예정으로 현장을 둘러본 지도위원들은 제방 보존과 개발을 싸고 견해차를 보였다.

조영제 경상대 인문대 교수는 “조선시대 제방이 특별한 유물은 아니라고 본다”며 “유물이 훼손되지 않을 만큼 흙을 덮고 개발을 추진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세기 대구한의대 문화과학대 교수는 “조선시대 제방은 전국적으로 많지 않고 이례적인 유물”이라며 “정확한 규모와 형태를 복원해 역사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건길 위원장은 “돌을 먼저 쌓고 흙을 두른 제방 양식은 특이점이 없지만 이런 제방이 실물로 확인된 것은 흔치 않다”며 “일부 구간은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예정된 지역에서는 160곳을 발굴 조사할 예정이다. 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은 “현재 23곳에서 발굴을 시작했다”며 “낙동강 일대는 16곳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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