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관객 눈길 끈 과감한 선택… 실제 무대는 허전한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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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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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주연 여배우들 비교해보니…

《11월 28일부터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주연 배우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확인시켰다. 공연 전 올겨울 대형 뮤지컬 캐스팅에서 ‘가장 과감한 선택’으로 꼽혔던 방송인 박경림 씨가 주역(트레이시)을 맡은 무대는 이벤트에 가까웠다. TV나 라디오에서 접했던 그를 직접 보는 데서만 그치기 때문이다.》
이 뮤지컬의 배경은 인종 차별이 만연한 1960년대 초 미국 볼티모어. 주인공인 뚱보 소녀 트레이시는 외모 탓에 노골적인 무시를 당하지만 결코 기죽지 않고 노래와 춤 실력, 순수한 열정을 지니며 산다.

이른바 ‘루저’로 취급받던 트레이시는 흑인 친구 시위드의 도움으로 숨은 재능을 인정받아 볼티모어 인기 TV프로그램인 ‘코니 콜린스 쇼’의 고정 출연자로 나선다. 왜 백인과 흑인이 함께 춤을 추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트레이시는 흑인과 동반 출연을 시도했다가 ‘뚱순이 사회주의자’로 몰려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꿈과 희망,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흑인 친구와 함께 TV에 출연하는 데 성공한 트레이시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 스타가 된다는 게 극의 줄거리다.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가 녹음한 OST에서 트레이시 역은 앙증맞은 목소리와 ‘오 오 오’하며 꺾는 듯 노래하는 대목이 특징이다. 그러나 트레이시를 노래한 박경림 씨의 목소리는 줄곧 목에 걸린 듯했고 뻗어 나와야 하는 대목에서는 앙상블(엑스트라 배우들)의 하모니가 도움을 줘야 했다. 불안정한 노래는 관객마저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10대 소녀를 연기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대사를 지나치게 하이 톤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혼자 들뜬 듯했고, 대사 내용도 객석까지 시원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극중 트레이시가 어떻게 쇼의 출연자로 발탁됐는지부터 납득할 수 없었다. 뮤지컬의 주연이 비틀거리니 극이 흐트러져 관객의 몰입을 방해했고 주연배우보다 앙상블의 노래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

반면 트리플 캐스팅 배우 중 한 사람인 권소현 씨가 트레이시로 출연한 ‘헤어스프레이’는 마치 다른 작품 같았다. 또랑또랑한 발성과 트레이시의 특성을 한껏 살린 노래, 경쾌한 춤은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주연 배우가 탄탄한 기량으로 중심을 지키자 에피소드들은 살아났고 극의 활기도 한층 실감 있게 느껴졌다.

관객의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스타 마케팅’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스타들의 다른 분야에 대한 도전도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관객은 프로페셔널의 무대를 기대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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