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왕년의 레퍼토리 다시 빛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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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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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옛날 옛적에…’ 25년만에 정기공연 동랑레퍼토리대표 박상원

연기자 에서 극단 대표, 공연제작자, 사진작가, 환경운동가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 가는 박상원 씨는 여전히 인기 만점의 스타였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카페에서 사진촬영에 응한 그를 알아본 여성팬들이 사인을 청하자 그는 꽃나무를 그려 넣은 독특한 사인으로 화답했다. 김미옥 기자
연기자 에서 극단 대표, 공연제작자, 사진작가, 환경운동가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 가는 박상원 씨는 여전히 인기 만점의 스타였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카페에서 사진촬영에 응한 그를 알아본 여성팬들이 사인을 청하자 그는 꽃나무를 그려 넣은 독특한 사인으로 화답했다. 김미옥 기자

배우, 사진작가, 교수, 환경홍보대사…
하고 싶은일 마음껏 하는 지금이 행복

‘레인맨’ 연극제작, 자폐환자역 맡아
연극무대서 이미지 변화, 팬위해 당연
드라마 ‘모래시계’의 강직한 검사 우석으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박상원(50). 그가 요즘 가장 정열을 쏟는 관심사는 2005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동랑레퍼토리극단이다. 남산 드라마센터 창립자 동랑 유치진의 아호를 딴 이 극단은 최근 남산예술센터에서 25년 만에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정기공연 작품으로 올리며 활동을 재개했다. 18일 서울 인사동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서울예대 연극영화과에 1978년 입학했을 때 동랑레퍼토리극단이 ‘칠흑 같은 바닷가에 한 줄기 빛을 비추던 등대’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요즘처럼 배우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명성도 얻는다는 건 꿈도 못 꿀 때였어요. 드라마센터(현재 남산예술센터)에 앉아서 내가 저 자리에 서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만으로 행복했죠.”

동랑의 장남인 유덕형 서울예대 이사장(현재 학장)에게 대표를 이어받은 그에게 이번 공연은 그 등대를 고쳐 후배들에게 빛줄기를 비춰주는 것과 같았다.

“내년부터는 1년에 최소 두 차례 정기공연을 할 겁니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레퍼토리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모이면 계속 가다듬고,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바로 다른 작품을 올릴 겁니다.”

오늘날 그를 탤런트로만 부를 수는 없다. 극단 대표 외에도 공연기획사(공연제작소 박앤남) 예술감독, 뮤지컬(브로드웨이 42번가) 배우, 사진작가, 서울예대 연기과 교수, 월드비전 친선대사,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홍보대사…. 오십에 만난 인생의 르네상스랄까. 그는 “남들은 제가 TV에 잘 안 보인다며 한물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시간을 쓸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가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함께 세운 ‘공연제작소 박앤남’은 내년 2월 첫 연극 작품으로 ‘레인맨’을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 올린다. 이 작품을 올해 처음 무대화한 쇼팩과 공동 제작한다. 이 연극에서 그는 자신의 연기인생에서 가장 큰 변신을 도모한다. 영화에서 더스틴 호프먼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천재 자폐증환자 레이먼드를 연기하는 것. 반듯한 인물만 연기해온 그로선 파격이 아닐 수 없다.

“TV에선 제 이미지를 버리고 모험을 하기 힘들었지만 연극무대에선 변신이 더 자유롭죠. 또 팬들을 위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끼는 단지 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해 ‘박상원의 모놀로그’란 제목의 첫 개인전을 열면서 사진작가로 데뷔했고 이달 26일까지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미국 사진작가 제니 로스와 공동으로 기후온난화 특별사진전을 연다. 내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전시할 작품들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국립공원이 지구온난화로 황폐해진 현장을 지난달 카메라에 담았다. 월드비전 친선대사와 환경연합 홍보대사로 아프리카를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카메라 피사체로서가 아니라 작가로 렌즈 뒤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전 단 한 차례 만에 유명작가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져봤다.

“기대수준을 낮게 잡았다가 놀라서 너무 높게 평가해주시는 부분도 있겠죠. 사실은 중학생 때 누나의 캐논A1 카메라를 뺏다시피 해서 사진을 찍어왔으니 30년 넘게 사진을 찍었어요.”

미술작업도 꾸준히 병행했다는 그는 다음 달 인천 영종도에 개인 작업실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업실의 인테리어 설계도 그가 직접 했다. 그의 행보는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을 연상시키는 점이 많다. 1979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초연무대에서 당시 대학생이던 그는 유 장관이 연기했던 예수의 언더스터디로 데뷔했다. 올해 그가 맡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줄리언 마시 역은 1997년 초연 때 유 장관의 배역이었다. 이 때문인지 그의 정치권 입문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그는 “에이, 연기가 얼마나 좋은데요”라면서도 “유 선배는 제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라며 그 가능성을 살짝 열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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