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 외길, 40년의 집념… 김상구 ‘자연으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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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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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간 목판작업의 외길을 걸어온 김상구 씨의 작품(2009년). 사진 제공 갤러리 한길
40여 년간 목판작업의 외길을 걸어온 김상구 씨의 작품(2009년). 사진 제공 갤러리 한길
투박한 아름다움 고집

초등학교 시절 부엌에서 무쇠 솥을 덮어 놓는 나무판을 몰래 가져다 무언가를 판각한 어린 소년이 있었다. 그의 집념은 평생을 한결같이 이어져 40년 넘는 목판 작업으로 열매를 맺는다. 그 목판화 외길의 궤적을 되짚는 전시가 마련됐다. 22일까지 경기 파주시 예술마을 헤이리의 갤러리 한길(031-955-2094)에서 열리는 김상구 씨(64)의 ‘자연으로, 나무를 닮아가다’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노동집약적 판화, 그중에서도 나무로 하는 작업만 파고들었다. ‘자로 잰 듯한 것보다는 약간 휘어진 대들보와 같은 것, 화려한 것보다는 투박한 것, 가득 차 있는 것보다는 여백이 있는 것’을 추구하는 작가답게 전시장에는 나무와 새, 꽃과 물고기, 풍경이 정답게 어우러지며 분주한 마음에 ‘쉼표’를 찍게 한다.

순수미술로서 판화의 다양한 형식 실험과 더불어 책 표지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개척하고, 전통적 개념의 현대적 변용에 힘을 쏟아온 한국 목판화의 대표 작가. 그는 “지속적 작업의 실행이야말로 나 스스로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언어다.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진정으로 감상한다면 나는 영원토록 그 무대에 서리라”고 다짐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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