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계륵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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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 귀의 모양은 척 보기에도 흑이 잘됐다. 흑이 우상에서 손을 빼고 좌상에 한 수 더투자한 결과다. 백 26 이하의 우상 귀 진행은 흑이 손을 뺀 것에 대한 당연한 응징. 백이 흑 두 점을 잡으며 실리를 벌어 이쪽에선 득을 제법 봤다.

바둑에서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우상에서 손해 본 흑은 선수를 잡아 37까지 우변에 모양을 만들어 불만이 없다.

흑 39는 좌상 백에 대한 급소. 백은 40으로 웅크려 받는 것이 최선. 굴복처럼 보이지만 이 수로 백은 거의 산 것이나 마찬가지.

이 순간 등장한 흑 43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99% 살아 있는 돌을 위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리가 큰 곳도 아닌데 왜 그곳으로 손을 돌렸을까. 흑 43으로 넘어가는 모양이 깔끔해 보이지만 실속은 전혀 없었다. 지금 남은 포석의 초점은 하변. 참고도 흑 1, 3으로 좌하귀 흑 한 점을 정리하는 게 무난한 진행이었다. 설혹 백이 4로 좌상을 보강한다면 흑 5, 7로 하변을 키워 포석에서 우위를 잡을 수 있었다. 결국 실전 43의 곳은 흑백 모두 손댈 필요가 없는 자리였다. 계륵 같은 곳을 덥석 물어버린 흑의 앞길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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