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무대라는 링에 오른 권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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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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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스포츠가 있다면 권투가 아닐까. 권투선수가 되려면 먼저 맞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최종라운드까지 가면 승자건 패자건 얼굴 성한 선수를 찾을 수 없기 마련이다.

그런 권투를 가장 사랑한 예술장르는 아마 영화일 것이다. 강펀치에 찌그러지는 얼굴을 슬로 모션으로 포착하는 것만큼 폭력을 탐미하는 영화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장면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권투와 가장 닮은 예술장르는 연극이다. 권투선수처럼 연극배우도 몸뚱이 하나로 무대에 오른다. 링 위든 무대든 오르려면 몇 개월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스타급을 제외하면 ‘몸값’이 형편없다는 점도 닮았다. 둘의 만남을 시도한 권투연극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먼데이 5PM’(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3관)과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이기동체육관’(12월 26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이다.

2002년 이후 두 번째 무대인 ‘먼데이 5PM’(박성철 작 이해제 연출)은 사각의 링을 인생의 축소판으로 그린다. 프로전적 25전 10승 15패의 삼류복서 봉세(오달수/박성철). 라운드 걸 민자(김은희/이명옥)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링에 오르는 그에게 링과 인생은 다를 바 없다. 불가능한 목표를 꿈꾸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쳐야 하는 것. 그런 그에게 월요일 오후 5시에 만나자는 민자의 연락이 온다. 봉세는 인생역전에 성공할까. 2002년 초연 때와 비교해 구체적 무대공간을 링의 사각공간에 압축하는 ‘체중조절’을 이뤘고 빠른 장면전환으로 ‘발놀림’도 강화했다. 02-741-3582

‘이기동 체육관’(손효원 작·연출)은 지루한 일상을 한 방에 날리는 권투의 매력에 초점을 맞췄다. 1980년대 권투영웅 이기동(김정호)이 운영하는 권투도장에 모인 남녀 6명이 전국아마추어복싱대회 출전을 준비하며 삶의 희망을 찾는다. 실제 링과 허름한 권투도장을 옮겨놓은 무대세트에서 관장과 코치를 포함한 배우 8명이 사실감 넘치는 권투훈련 장면에 도전했다. 주인공과 동명이인인 실제 이기동 관장의 권투도장에서 석 달간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다. 070-7737-6488

두 작품 모두 두 명이 맞붙는 권투장면은 1, 2회로 최소화했다. 링 위의 피보다는 링 밖의 눈물, 그게 더 연극적이니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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