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와인 다이어리] 슈퍼 리오하 달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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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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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는 ‘슈퍼 투스칸’이라 불리는 와인이 있다.

기존 이탈리아의 와인 제조 전통에서 벗어나 투스카니 지역에서 더 뛰어난 품질로 탄생시킨 와인이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사시까이야, 티냐넬로 등이 슈퍼 투스칸이다. 스페인에도 비슷한 게 있다. ‘슈퍼 리오하’다. 스페인의 대표 와인 산지인 리오하 지역에서 기존 스페인 전통을 탈피해 더 뛰어난 풍미를 갖도록 만든 와인이다.

스페인 리오하 와이너리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Marques de Murrieta)’의 아시아 수출 이사 프란 커스텐 씨가 슈퍼 리오하 ‘달마우(Dalmau)’를 들고 최근 한국을 찾았다.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잘 안 알려졌지만 사실 ‘돈토니오’ 등과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명문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다.

1800년대 중반 루치아노 무리에따 백작이 설립해 오크 숙성과 보르도 양조 기술을 처음으로 스페인에 도입했다. 당시 스페인은 물 대신 와인을 마시던 시절이라 오크 숙성 와인은 혁신적인 시도였다. 이 때문에 초반엔 스페인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1800년대 후반 다른 유럽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역으로 스페인에서 인정받았다.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의 최 상위 와인 달마우는 50년 이상 된 나무에서 자란 포도만 사용하고, 스페인 전통 품종인 템프라니요에 프랑스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 이전 스페인 와인과는 다른 느낌을 만들었다.

프란 커스텐 씨는 “다른 와인은 1ha의 밭에서 4000~4500kg 정도의 포도를 생산하는데 달마우는 2000kg 밖에 수확하지 않는다. 연간 생산량도 2만병 가량으로 귀한 와인이다”고 말했다.
마셔보니 타닌이 입에 착 달라붙고, 힘이 느껴진다. 여운도 상당하다. 달마우를 마신 전문가들은 좋은 와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소비자가로 44만원이나 한다.

아래 등급인 ‘까스틸로 이가이’(20만원)도 좋지만 대중적 라인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 리제르바’(10만원)가 가격적인 면에서 접근하기 편할 것 같다. 향이 굉장히 근사하다. 맛은 향의 느낌과는 다르지만.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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