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인류의 고향” 이번엔 고고학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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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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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원인 발견 80돌 학술대회서 ‘다지역 기원론’ 적극 주장

베이징원인은 1927년 치아 화석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발굴이 이뤄졌으며 1929년 제대로 된 두개골이 발견됐다. 1927년 당시 발굴 현장 모습. 사진 제공 일빛
베이징원인은 1927년 치아 화석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발굴이 이뤄졌으며 1929년 제대로 된 두개골이 발견됐다. 1927년 당시 발굴 현장 모습. 사진 제공 일빛
《베이징원인(北京原人) 발견 8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의 수양개(垂楊介) 구석기유적 발굴의 의미를 되새기는 국제학술대회가 20∼23일 중국 베이징 시위안(西苑)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23개국 고고학, 인류학, 지질학자 260여 명이 참가해 고고인류학계의 화두인 인류의 ‘아프리카 단일 기원론’과 ‘다(多)지역 기원론’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은 충북 단양의 수양개 구석기 유적의 문화적 의미를 널리 알렸다.》

“DNA 분석 결과 70만년전 유골”
기존 ‘아프리카 단일기원론’ 반박
지나친 자국중심 해석에 비판도


“70만 년 전 베이징원인, 50만 년 전 난징원인, 4만 년 전 베이징 인근 톈위안(田園) 동굴 유골로 이어지는 일련의 유적으로 볼 때 중국은 독자적인 인류의 기원을 갖고 있습니다.”(우신즈·吳新智 중국과학원 원사)

“이스라엘 서북부 타분 유적을 보면 이곳을 연결고리로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로빈 대니얼 영국 셰필드대 고고학과 교수)

베이징원인 발견 80주년 학술대회는 첫날인 20일부터 인류의 조상을 놓고 베이징원인을 비롯한 다지역 기원론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론의 논쟁으로 달아올랐다.

행사 주체인 중국은 기조연설부터 다지역 기원론을 주장하는 학자 3명을 내세웠다. 아나톨리 데레비안코 러시아 고고인류학연구소장은 “아프리카 단일 기원론은 100만 년 전 전후로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이동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서 100만 년 이상 된 고인류 화석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밀퍼드 월포프 미국 미시간대 인류학과 교수는 “유전자분석 기법을 통해서도 다지역 기원론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조연설 이후 대니얼 교수가 아프리카 단일 기원론을 옹호하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자 중국 학자들을 비롯한 다지역 기원론자들의 반박 공세가 이어졌다. 대니얼 교수의 재반론 중에도 중국 학자들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복원한 베이징원인
복원한 베이징원인
중국이 인류의 아프리카 단일 기원론을 반박하고 다지역 기원론을 내세우는 이유는 베이징원인처럼 ‘중국인의 조상은 중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계 고고학계에서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10만 년 전 전후로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중국은 또 베이징원인이 발견된 저우커우뎬(周口店) 유적에 대해 2009년 추가 발굴을 벌인 결과 유적의 연대가 지금까지 알려진 50만 년 전에서 70만 년 전까지 올라간다는 결과도 소개했다. 지린(吉林) 성에 개설한 ‘고대 DNA연구소’도 부각시키며 서구 학자들이 중국 유전자 분석기법에 가진 불신을 해소하려 애썼다. 1929년 베이징 교외 저우커우뎬 유적의 룽구(龍骨) 산 동굴에서 발견된 베이징원인 두개골은 당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유골이었던 네안데르탈인보다 10만 년 이상 앞선 유골로 평가됐으며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에서 중국이 다지역 기원론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 여러 학자가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인류학회의 일원으로 참가한 이상희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는 “다지역 기원론에 동의하지만 중국의 공세는 국가 정책에 따라 의도된 것 같아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며 “중국이 자국의 풍부한 발굴 유적을 차분히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다지역 기원론을 설명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현 한국고고학회 회장은 “중국이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세계 고고학계의 서구중심적 흐름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려 한다는 인상이 짙다”며 “한국도 구석기 유적이 많은 북한과의 공동연구로 고고학계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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