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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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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상업 갤러리에서 보기 힘든 학구적 전시란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미학적 개념과 기술이 접목된 가구와 판화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 장 프루베 회고전
20세기 선구적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장 프루베(1901∼1984)가 만든 의자와 책상은 요즘 눈으로 봐도 세련되고 기능적이다. 가구제작이 수공업에서 대량생산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등장한 프루베. 젊은 시절 3년간 공방에서 금속세공을 배운 경험을 토대로 튼튼한 철제다리에 디자인의 미학을 보탠 의자와 탁자를 선보여 주목받는다. 디자인 역사에서 건축적 ‘구조’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미니멀한 금속 소재 가구의 탄생으로 기록되는 순간이다.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다른 디자이너와 달리 그는 직접 공장을 운영하며 가구를 제작하는 등 전 과정을 총괄한 점에서 차별화된다. 소수가 아닌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가구를 꿈꾸었던 그는 학교 등에서 사용되는 제품을 만들었다. 또 건축과 가구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두 분야에서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남겼다.
조형성과 실용성, 사회성을 적절하게 배합한 그의 가구는 현대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다. 1930년 작 안락의자는 거래가격이 15억 원에 이를 정도. 독일 비트라 디자인미술관의 전시를 가져왔으며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 드로잉, 건축 모형, 사진 등 90여 점을 볼 수 있다. 11월 29일까지. 4000∼8000원. 02-720-0667
○ 예술의 두 가지 꿈 전
판화에 대한 일반적 예상을 뛰어넘는다. 전시장에는 길이 2m에 이르는 대형 판화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작가들 면면도 화려하다. 알렉산더 칼더, 루초 폰타나, 에두아르도 칠리다, 헨리 무어, 루이스 니벨슨, 줄리언 슈나벨 등 27명.
121점의 작품은 재료의 느낌을 고스란히 되살린 회화 수준의 판화, 대형 판화를 찍는 기술을 개발한 이탈리아 판화공방 ‘2RC’가 모두 제작했다. 이 공방은 세계적 작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판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 작가의 창조정신과 장인의 솜씨가 결합해 에칭과 콜라주 등 다양한 기법으로 완성된 작품은 판화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깨워준다. 동시에 1960년대 이후 판화기술의 발전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미술 애호가라면 각 판화와 조화를 이룬 액자와 전시 구성도 놓치기 아깝다. 미술관에서 10월 29일까지 열리는 ‘기록문화 특별전’과 이달 30일까지 열리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빛의 음악’전의 감상도 권한다. 3000원. 02-880-950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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