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GIFT]현장에서/“플루 너, 우리 고향엔 얼씬도 마”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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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지난해까지는 분명 ‘불황’이었습니다. 추석에도 아끼고 또 아끼던 불황의 기억들. 하지만 올해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전’이라는 단어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명절 때 주고받는 선물에서부터 추석 대화 내용에 이르기까지 오랜만에 모인 일가친척들의 모든 관심이 안전에 맞춰질 듯합니다.

8월 중순 신종 플루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18일까지 9명 숨졌습니다. 그리고 그 수치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보면 안전에 대한 강박관념이 추석 자체에도, 또 추석 선물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 북반구에 겨울이 오면 신종 플루의 영향이 어디까지 퍼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 선물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올해는 명절 선물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손 세정제 선물세트가 등장했습니다. ‘데톨’로 유명한 옥시 레킷벤키저는 추석을 겨냥해 개인위생제품 7종류를 담은 ‘데톨 추석 선물세트’를 선보였습니다. 항상 순위권에 드는 선물세트였지만 올해 유독 인기를 끄는 제품으로는 홍삼이나 흑마늘 선물세트를 들 수 있습니다. 잘 씻고 잘 먹어서 질병을 이기자는 뜻이겠지요.

이 와중에 처음 보는 독창적인 선물들도 눈에 띕니다. 현대백화점은 올 추석에 ‘칡소’ 선물세트를 마련했습니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백이 황소’가 바로 이 칡소인데, 최근 복원해 상품화까지 이뤄냈다고 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남 담양 고씨 문중의 종부(宗婦) 기순도 씨가 담근 간장을 선물세트로 내놨습니다. 신종 플루 시대에도 기업들의 마케팅은 계속됩니다.

지금까지 신종 플루의 예방책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잘 씻고 잘 먹고 푹 쉬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번 추석에 고향으로 돌아가 잠시라도 걱정을 잊고 쉬는 건 어떨까요. 거기에 하나 더. 추석 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을 보면서 활짝 웃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신종 플루 시대의 가족애’야말로 바로 올 추석을 정의하는 키워드 아닐까요.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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