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비즈 북스]사람 체온 숨쉬는 ‘행태경제’ 아십니까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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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인간의 경제학/이준구 지음/304쪽·1만3000원·랜덤하우스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원론 미시경제학 재정학 등 꽤나 인기 있는 경제학 교과서를 쓴 현직 대학교수이다. 인기 경제학 교과서 저자가 이번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경제이론에 대한 책을 들고 나왔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전통적 경제이론을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은 교수로서는 자못 도전적인 ‘집필의 이유’를 제시한다.

저자는 “전통적 경제이론은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라고 가정한다”며 “그렇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전통적 경제이론의 틀에 얽매인 사람은… 진실을 보지 못한다”며 책을 쓰게 된 주요한 동기는 바로 이런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인터넷에서 10만 원짜리 옷을 주문했다가 입을 수 없는 옷이 배달돼 10만 원을 날려버린 사람의 분노는 업체의 착오로 카드 적립금 10만 원을 날려버린 사람의 분노보다 훨씬 크다. 같은 금액이라도 상황에 따라 가치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치약 한 통에 4000원이라고 써 붙일 때보다 ‘5통에 2만 원’이라는 광고문구에 끌려 충동구매하는 행위를 전통 경제학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이 소개하려는 내용은 이른바 행태경제이론(behavioral economics)이다. 저자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태경제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논문을 써서 학술지에 게재하면 으레 게재가 불가능하다는 편지를 받았다. 거절의 이유로 ‘이건 경제학 논문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 꼭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심리학이지, 경제학이 아니라는 뜻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경제적 행위를 분석하는 행태경제이론이 경제학의 일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통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행태경제이론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경제 분석의 현실 설명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갖게 되었다고 실토한다. 요컨대 전통 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행태경제이론으로 설명하면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지어 “경제정책에 관해서도 과거와는 다른,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전통 경제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소비자들의 불합리한 소비행위나 투자활동을 행태경제이론에 의해 설명한다. 행태경제이론은 이제 태동단계에 있다. 국내에는 이에 관한 연구가 더 부족할 터이다. 이 책은 행태경제이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심리학자인 트버스키와 카너먼을 비롯한 행태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국내의 다양한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 이론의 소개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경제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행태경제이론에 대한 더 실증적인 연구와 논쟁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인명 경시… 짝퉁 범람…중국 실상 엿보기▼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실/량러 지음·김인지 옮김/276쪽·1만3000원·비즈니스맵

저자는 해외에 체류하면서 중국의 정치와 경제, 시사문제를 따지는 평론가다. 필명인 량러(凉熱)는 ‘서늘하면서도 뜨겁다’는 뜻. 이 책에선 중국의 경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폐해와 그 원인을 진단했다. 저자는 지난해 있었던 ‘멜라민 분유 파동’이 확산된 것은 정부의 언론 보도 통제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아이들의 생사보다 ‘정치’와 ‘안정’을 더 중시했다”고 꼬집는다. 피해가 확산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심각한 불신에 처한 상황에서 지난해 말 열린 중국 공산당 제17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 저자는 또 탄광 소유주의 안전 무시로 한 해 수천 명씩 목숨을 잃는 탄광사고가 반복되는 데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이를 방지할 법률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가짜 휴대전화, 가짜 명품, 가짜 광고, 가짜 영수증 등 온갖 ‘짝퉁’이 범람하는 실상도 고발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P&G를 침체서 혁신으로 바꾼 CEO▼
게임 체인저/A G 래플리, 램 차란 지음·정성묵 옮김/376쪽·1만5000원·21세기북스

A G 래플리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던 2000년 P&G의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그는 침체 탈출의 화두로 ‘혁신’을 선택했다. 그는 ‘소비자는 보스’라는 개념을 제창하면서 ‘살아보기’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직원이 직접 소비자의 집에서 일정 기간 살면서 소비자들이 돈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또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과거와 현재의 P&G 직원들, 소비자와 고객, 공급자들을 혁신 프로그램에 동참시켰다. 혁신이 일상화된 결과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브랜드가 10개에서 23개로 증가하고 매출도 두 배가량 늘어났다.

래플리와 하버드대 출신 경영학자인 램 차란이 P&G의 사례를 통해 ‘혁신’을 설명한 책이다. 이들은 게임 체인저(changer)를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구상하는 전략가’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자’ 등으로 정의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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