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요리하는 거예요”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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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 출신인 박은지 MBC 뉴스데스크 기상캐스터(왼쪽)와 기상학을 전공한 홍서연 SBS 8뉴스 기상캐스터는 독특한 경력에서 나오는 남다른 진행을 선보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박영대 기자
미인대회 출신인 박은지 MBC 뉴스데스크 기상캐스터(왼쪽)와 기상학을 전공한 홍서연 SBS 8뉴스 기상캐스터는 독특한 경력에서 나오는 남다른 진행을 선보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박영대 기자
MBC 박은지-SBS 홍서연 캐스터 ‘개성 대결’

박은지 캐스터
“입는 옷에 날씨 힌트 담아 무언의 정보까지 전하죠”

홍서연 캐스터
“강수량 몇mm편차까지 꼼꼼하게 전달하려 노력”

매일 하나의 날씨를 재료로 다른 맛의 요리를 내놓는 두 사람이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박은지 캐스터(26)가 예보하는 가을 하늘은 청량한 파란색. SBS 8뉴스의 홍서연 캐스터(31)는 둥실 뜬 새털구름을 생각나게 한다. 두 사람 모두 수천 명의 인터넷 팬 카페 회원을 가졌다. 2일 오전 홍 캐스터를 서울 목동 SBS에서, 같은 날 오후 박 캐스터를 여의도 MBC에서 만나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들었다.

SBS 8뉴스의 홍 캐스터는 기상정보에 다걸기(올인)한 9년차 학구파다. 지상파의 기상캐스터 20여 명 중 드물게 기상학(부산대)을 전공했다.

“하지만 남보다 그리 많이 아는 것도 없어요.(웃음) 초보 때는 배운 티를 내려고 주저리주저리 설명이 많았죠. 과학수업 하는 게 아님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2006년 말부터 MBC 뉴스데스크 기상정보를 진행하고 있는 박 캐스터는 2003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 특별상 수상자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에서 패션쇼를 준비하다가 “무대 뒤보다 위가 편하게 느껴져서” 미인대회에 나갔다. 무대 체질 끼가 넘쳐 입사 초기에는 “날씨를 보여야지 왜 너를 보이려 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이라는 동요처럼 나를 부각시키고 싶다고 철없이 생각했죠. 심야 마감 뉴스를 할 때 매일 수십 번씩 모니터링하면서 그런 촌티를 벗을 수 있었어요.”

박 캐스터는 “넓은 의미로 ‘방송 일 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다”며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의 경계를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홍 캐스터의 의견은 다르다.

“다른 직업이에요. 아나운서는 정보를 전달하고, 기상캐스터는 분석을 주로 맡죠. 사람마다 시각차가 있을 겁니다. 전에는 아나운서를 꿈꾸다 기상캐스터 시험 치는 사람 보면 속상했지만요.”(웃음)

홍 캐스터는 차별화의 열쇠를 미묘한 뉘앙스에서 찾는다.

“‘비가 5∼30mm 내릴 것’이라는 딱딱한 정보에서 ‘5mm에 가까운지, 30mm에 가까운지’ 디테일을 찾아 주는 게 캐스터의 역할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도 해봤지만 축구선수가 농구공 잡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이에 비해 “기회가 닿으면 여러 방식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박 캐스터는 옷으로 전공을 살리고 있다.

“기상캐스터의 의상은 ‘무언(無言)의 정보’거든요. ‘내일은 이 정도로 입으세요’라고 몸으로 이야기합니다. 겨울에 뜨거운 조명 아래서 땀 뻘뻘 흘리며 오리털 재킷을 입는 것도 이 때문이죠.”

박 캐스터는 일출 시간이 늦어질 즈음 귀여운 해 인형을 들고 나와서 “오늘도 해님이 지각했네요!”라고 하는 등 깜짝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우울한 뉴스가 많은 날은 ‘뭐가 좋다고 웃느냐’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일기예보는 지난 소식에 무거워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뿐하게 만들어줄 ‘내일 뉴스’잖아요.”(웃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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