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한국교회 단합하는 계기 될 것”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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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총회 부산유치 주역 김삼환 NCCK 회장
他종교와 평화롭게 공존… 유치 큰 역할

“120년 한국 교회사의 최대 경사입니다. 이번 총회 유치로 한국 교회는 세계무대에서 당당한 목소리를 낼 겁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으로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유치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삼환 목사(64)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김 목사는 “스위스 제네바로 날아가 유치활동을 돕고 싶었지만 교회(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사정 때문에 기쁨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웃었다.

WCC는 세계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기독교의 유엔’과 같은 단체다. 로마가톨릭을 제외하고 세계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조직인 WCC는 세계 정치, 사회, 문화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총회의 한국 유치는 의미가 크다.

김 목사는 제9회 총회 유치를 실패하면서 얻은 교훈이 이번 경사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브라질이 1위, 한국이 2위를 했지만 세계 교회가 한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며 “한국 교회가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했고 교인들의 헌신으로 독특한 영성을 이룬 것이 총회를 유치한 힘”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의 역사가 짧아 세계무대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였죠. 하지만 이번 총회 유치로 한국 교회의 세계적 위상은 확고해졌습니다. 60년간 총회와 인연이 없던 아시아 교회 전체의 경사이기도 하고요.”

김 목사는 “이번 일은 한국 교회가 단합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 기독교인이 단합해 잔치를 준비하며 분열을 씻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회 유치 과정에서 정진석 추기경 등 다른 교단의 지도자들이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총회 유치에는 여타 국가에선 보기 드물게 한국 내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총회 유치는 남북 화해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김 목사는 예상했다. 그는 “북측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제7∼9차 총회에서 공동 예배를 드리며 교류해 왔고 이번 유치 과정에서도 그들이 도와줬다”며 “부산 총회에 북측이 참석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WCC 측에서는 부산 총회를 루터교세계연맹 세계개혁교회연맹과 함께 개최하자고 제안해둔 상황이다. 김 목사는 “최대 1만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대회로 경제적 파급 효과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효과가 크다”며 “한국 사회가 단순한 교회 행사가 아닌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로 생각해 준비를 함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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